저희집에 원목 식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것이지요.
82에도 글을 올렸었습니다.
3월에 오빠네가 이사를 했습니다.
오빠네 부부가 제 식탁을 늘 애정하더니....
제 목공샘께 맞추겠답니다.
바로 이 분이시죠.
음....
오빠야....마~이 비쌀건데...괜찮나???
괜찮답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지 않았습니다. ㅠㅠ
가격은...
오빠네 부부도 맞춤 원목이라 각오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이분들이...취향이 없는겁니다.
어떤 식탁을 원하는데? 사이즈는?? 라고 물으면
그때마다 원하는 스타일이라고 보내주는 사진이 다~ 다릅니다.
맞춤한다며!!
그럼 원하는 스타일을 말해야 할 것 아냐!!
가격이 한두푼도 아닌데!!!
엉!!! 엉!!! 꽥!!!!
스팀이 마구마구 솟아오르는 타의에 의한 성불의 과정을 거쳐
보잘것 없는 사리 몇 알을 순산(?)하고, 사자후도 마스터하고
드디어 디자인을 확정하고 주문을 했습니다.
만드는 과정 좀 사진 찍어 보내달랬더니
처음에 나무 재단하는 사진 한 번 달랑 보내주시더군요.
재단된 각기 다른 원목을 붙이고 고정시키는 겁니다.
원목 사이사이에 비스켓이라는 원목 부속(?)이 들어갑니다.
배송 주소 알려달라며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다 만들고 오일칠한 후 말리고 있는 사진이네요.
트럭으로 왔습니다.
운전기사분께서 무슨 탁자가 이렇게 예쁘냐고...말씀해주셔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4인용 식탁입니다.
양쪽에는 오크, 가운데는 월넛입니다.
식탁 디자인 주문은 단순했습니다.
각을 살려달라..였어요.
오빠의 취향이었죠.
전 이 부분이 참 좋아요.
기와집의 처마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무슨무슨 짜임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당연히! 까먹었습니다. -_-;;
식탁 밑에 벌러덩 누워서
나무 향기를 맡으며 뒹굴거렸어요.
그래 맞다..내가 이 냄새를 참 좋아했었지...라면서요.
선생님 화인(火印)입니다.
뭔 고집인지 잘 찍어주시지를 않아요.
그래서 몇 번이나 꼭 화인 찍어달라고 강조를 했었답니다.ㅎㅎ
이건 소파 테이블입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할거라기에
교자상 높이로 맞췄어요.
타원형은 새언니의 취향입니다.
선생님께서 고생 좀 하셨어요.
상판의 나무잎 무늬는 상감한겁니다.
상판에 일단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홈을 판 다음에
그 홈에 나무를 재단해 상감한 것이지요.
제가 밑부분을 좋아하나 봅니다. ㅡㅜ
전 이 각이 좋아요.
보이시나요?
상판 밑 부분의 대략 45도 정도의 각.
만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사진이 더 많은데
20장 까지만 올리라네요. ㅠ.ㅠ
원목가구는 오일 마감을 합니다.
비오파 하도를 칠하고
그후 상도를 칠합니다.
대부분은 여기까지만 하지만
가끔 비오파 왁스까지 칠하기도 합니다.
매우 불행히도
제가 만든 가구를 애지중지하는 저희집에는 비오파 왁스가 있었고....
결국 엄마의 종용에 못이겨
더운 여름에 비오듯 땀을 흘려가며
오빠네 집에 가서 식탁과 쇼파 테이블에 왁스칠을 했습니다.
교훈 1. 엄마가 사실은 시어머니일지도 모른다.
교훈 2. 다시는 오빠네 주문 받아주지 않겠다.
그래도
잊고 있었던
가구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잠시나마 행복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