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시립도서관에서 방학마다 무료특강이 열리는데
약간의 재료비만 내면 일 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의 수업을 방학내내 받을 수 있거든요.
역사논술이나 디카수업에 갔으면 했는데 두 녀석 모두 핸드페인팅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서
맘대로하라~했어요.
올여름방학엔 아이들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기로 맘 먹었는데..참 쉽지 않아요.ㅠㅠ
지금도 두 녀석 아침도 거른체 자고있거든요.
-혜원아 요즘 생활을 한마디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폐인!
그래..맘대로 살아라.
맘대로 안되는 게 참 많은 세상
맘대로 할 수 있는 건..맘대로 하고 살아뿌라.에잇...ㅎㅎ
친정엄마가 주신 모시로 발을 만들려고 조각 몇개에다 수를 놓았지요.
어머닌 모시로 발을 만든다고 나무라시는데 꿋꿋하게 만들고 있어요.
예전엔 어머니가 뭐라시면... 싫어도 네~하고 말았지만
이젠 거부의사를 넌지시 밝히기도 하구요.
No라고 대답하는 건...나쁘거나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을 거부하는 게 아니란 생각을
자꾸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배우고 몸에 익힌 것은...어른께 No라고 대답하는 건...충분히 불경스런 일이어서
바꾸기 힘들지만 ...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화려한 수도 이쁘지만
난 뭐든 단순한 게 좋아요.
단독주택에 살면...불편한 점도 참 많고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는 여러가지 혜택들도 많지요.
잠자다 문득 깨는 투닥투닥...빗소리야말로...베란다 문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아파트의 삶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해요.
빗물에 파닥거리는 나뭇잎들과 흙냄새를 맡으며 바느질을 하는 사이
세상에 근심은 사라지던데요.
ㅎㅎ
바느질 잘못해서 했던 바느질 다 따내야할 땐..더 근심스럽지만요.
누군가는 내버리고
누군가는 줍는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왜 그렇지?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는 건
그것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는 것과
알아보지 못하는 차이일까요?
누군가 만들다 버려둔 것을 선생님께 얻었어요.
무얼 만들려고 잘라놓은 건지 의도는 모르겠지만
좀더 잘라내고 조각도로 속을 파내 나무결 사이사이 보드라운 속살들을 긁어내고
올록볼록한 결을 살린 다음 불에 그을려서 다시 사포질을 했지요.
행복한 시간도 살지만 살다보면 고통스러운 시간도 살아내야 하는데
저마다 속도도 달라
행복한 시간은 짧고 아파야 하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잖아요.
근데...
행복한 기억보다
고통의 기억이 더 오래 내안에 머물고
되돌아 생각해보면 내 삶을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만든 건...
그 더딘 시간들이 아닐까요.
춥고 더딘 겨울의 시간이 아니면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결도 없었을테니까.
그렇게 삶은 의도되지 않은 ...
아름다움들도 불쑥 내곁에 찾아오기도 하더군요.
마치 당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