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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을 기립니다

| 조회수 : 1,106 | 추천수 : 1
작성일 : 2018-10-04 06:09:15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
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
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
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
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
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허수경 시인의 소식을 접하였다

혼자 가는 먼 집으로 
떠난  시인께 꽃 다발을..

집으로 돌아 가는 어스름 저녁이면
울타리를 대신하는 덤불들 사이로
짙어지는 향내를 풍기던 하얗고 잔잔한 꽃


눈을 감으면,
긴 머리카락처럼 고향의 대밭들이 넘실거리고,
그 울타리마다 진을 치던 꽃들은 
뽀얗게 쌀뜨물을 쏟아내며
냄새를 폴폴 풍겼다는 거

안녕
허수경 시인님


그곳에선 너무 치열하게 살지 마셔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8.10.4 3:31 PM

    왜 사위질빵을 헌화하셨을까? 했는데 문득 생각이.....
    마지막 인사,
    /그곳에선 너무 치열하게 살지 마셔요/
    고인께선 두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으셨나 봅니다

    그곳에선
    사위 향한 장모 사랑,그 사위질빵 처럼 툭툭 끊어져 버리시길..

  • 쑥과마눌
    '18.10.4 11:44 PM

    꽃이름이 사위질빵이군요
    이곳에 우체통옆에서 찍은 꽃을 올렸거든요

    시인은 고향이 진주고,
    제 외가가 그쪽이고,
    어스름이면, 저런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그래서 올렸습니다.

    시인의 글이 참 치열해요
    그냥 느껴 본 외로움이 아니라, 벽을 긁는 듯한 외로움이고요
    그냥 쓰는 산문이 아니라, 엄청 단련하고 단련하여 쓴 산문이고요

    머나먼 이국에서, 위암으로 투병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리 되었네요

  • 2. wrtour
    '18.10.4 3:46 PM - 삭제된댓글

    /집으로 돌아 가는 어스름 저녁이면 
    울타리를 대신하는 덤불들 사이로 
    짙어지는 향내를 풍기던 하얗고 잔잔한 꽃/

    코에 대면 향기에 어지러움 느낄 정도로 온갓 벌 곤충들이 모여드는데,
    넌,영정 앞 수북히 쌓인 흰국화...

  • 3. 티지맘
    '18.10.4 3:50 PM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쑥과마눌
    '18.10.4 11:46 PM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4. 에르바
    '18.12.20 1:06 AM - 삭제된댓글

    사위질빵꽃 덤불이군요.
    전 으아리꽃인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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