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와연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을 다독인다
손바닥에 검은 때가 묻는다
그건 저녁 어스름을
한없이 돌아다녔던 흔적
종종 전봇대에 붙는 고양이들
밤이면 물살 같은 수염의 갸릉갸릉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흘러들었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리던 저녁
화들짝 나가 보니 내 발을 핥고 있다
먹고 자고를 며칠째 반복하더니
홀쭉한 배가 채워지고 제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방으로
빈한하게 들이치는 어스름을 또 다독거린다
딸깍, 불을 켜면 집 근처를 서성이던 고양이들처럼
어스름은 후다닥 도망친다
가끔은 저녁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스름을 묻히며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일을 고르는 저녁
돌아온 고양이 몸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잿빛이 등을 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 다 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것이라는 것을
잿빛 하늘에 별이 솟듯
저녁을 쓰담쓰담 다독이다 보면
손바닥에 별 뜨는 날 꼭 올 것이다
나를 다독이듯
고양이를 다독이는 저녁이다
정와연, 『네팔상회』, 천년의 시작, 2018, pp.20~21.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을 다독인다
손바닥에 검은 때가 묻는다
그건 저녁 어스름을
한없이 돌아다녔던 흔적
종종 전봇대에 붙는 고양이들
밤이면 물살 같은 수염의 갸릉갸릉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흘러들었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리던 저녁
화들짝 나가 보니 내 발을 핥고 있다
먹고 자고를 며칠째 반복하더니
홀쭉한 배가 채워지고 제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방으로
빈한하게 들이치는 어스름을 또 다독거린다
딸깍, 불을 켜면 집 근처를 서성이던 고양이들처럼
어스름은 후다닥 도망친다
가끔은 저녁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스름을 묻히며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일을 고르는 저녁
돌아온 고양이 몸에
전에 보이지 않던 잿빛이 등을 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 다 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것이라는 것을
잿빛 하늘에 별이 솟듯
저녁을 쓰담쓰담 다독이다 보면
손바닥에 별 뜨는 날 꼭 올 것이다
나를 다독이듯
고양이를 다독이는 저녁이다
정와연, 『네팔상회』, 천년의 시작, 2018, pp.20~21.
어릴 적 우리집엔 늘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늘 나비였고.
한옥이라 춥고,
한옥이라 구멍이 많고
한옥이라 드나들기 편했던
그 곳에서
나비는
우리 등교길에 돌아 나가
우리 하교길에 돌아 왔다
비릿비릿한 바람냄새가
우리 남매한테도
우리 나비한테도
나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