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피카소 그림을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된 사연은, 함께 공부하는 민경이가 피카소에 관한 글을 읽고
잘 정리해서 올린 것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랍니다. 요즘 그림에 관심있는 아이들을 여럿 만나게 되어서
피카소 그림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하니 준하는 앤디 워홀과 모네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마침 진달래는
나는 미켈란젤로를 위해 일했다는 제목의 영어 책을 정리해서 올린 상태라서 그렇다면 미켈란젤로 그림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도 올려 놓을 수 있는가 물어봅니다.
문제는 한국의 그림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이미지를 퍼갈 수 있게 한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런 작업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인데
좋은 싸이트를 알고 계시는 분은 메모로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시작하면 대개는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역시 피카소를 찾다보니 처음 보는 그림들이 많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림속의 여성은 피카소가 파리로 가서 살던 시절, 처음 사귀던 여성 페르디낭드인 모양이네요. 책속에서 이름만으로 알던 그녀는
그림속에서 이렇게 존재하고 있군요.
이런 식의 그림을 그리던 시기의 피카소를 생각해봅니다. 이 시기에 그는 브라크와 공동 작업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시기의 피카소 그림을 보는 일에 마음을 뺏기곤 합니다. 아마 그 안에 악기가 많이 등장해서일까요?
피카소의 그림을 본 싸이트에서는 알파벳 순으로 그림을 배열해놓아서 그가 정작 그림을 그린 시기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소개도 역시 뒤죽박죽인데 , 여기서 미술사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니 시기적인 순서와 상관없이 소개해도 상관은
없겠지요? 흔히 청색시대라고 불리는 시기의 그림입니다.블루 자체가 어떤 감정상태와 일대 일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 가난과 싸워야 했던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에서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해서 많은 그림을 그리게 되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블루가 슬픔을 유발하는 색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어린 시절, 이미 자신은 라파엘로 처럼 그리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는 피카소, 다른 사람들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장점을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다고 이야기되기도 하는 화가, 그런데 저는 가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후반의 인생에서는
오히려 창조력이 고갈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반복적이 되는 것은 아니었나, 그러니 어느 시기 이후의 그림은 차라리 없었더라면 ?
새롭게 보게 된 작품들이 많아서 즐거웠던 시간인데요, 이 두 그림도 역시 처음 보는 그림입니다.
특히 아래 그림은 마치 고갱의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의 그림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그 시기의 화가들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보게 되네요.
스페인 여행에서 하루에 여러 곳의 미술관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피카소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늦어서 들어가기 어렵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기 어려워서 마지막 1시간 정도라도 보려고 줄 서서 들어갔지요. 그런데 거기에서 만난 작품이
바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모사한 것이었는데요, 주로 모사라고 하면 비슷한 그림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하 그래서,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저절로 떠오르네요.
위의 두 작품을 보는데 갑자기 오래 전 삼미신을 그리던 화가들이 연상되는군요. 현대를 사는 피카소가 그려낸 삼미신이라고 할까요?
물론 화가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쩐지 저는 모르지만 그렇게 연상이 되는 것은 제 마음이니까요.아래 그림은 더 애절하고 절실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오늘 아침 발견한 최대의 즐거움은 역시 이 작품입니다 .이카루스의 추락이란 제목인데요, 처음 발견한 작품이기도 하고
눈길을 끌어서 더 이상 다른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을 앗아간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