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스페인어 끝나고 윤교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윤교야, 두 사람의 척탄병 악보 보는 것 좀 도와줄래?
그러자 윤교 어머니 ARHET님이 그러지 말고 내일 아침 운동하러 가기 전에 집으로 오면 첼로랑 맞추어보고 간단하게
브런치도 먹자고 하네요. 아니 이게 무슨 기회란 말인가 (그녀의 테이블 차리는 매너는 지난 번의 초대에서 익히 알고 있어서요)
그래서 한 번 사양도 없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문제는 오늘 아침 대화도서관에 가서 영국 근현대사에 관한 책을 빌려야 이번 금요일 처음 시작하는 WHY I WRITE의 배경을
조금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부지런을 떨어서 아침 일찍 대화도서관에 다녀오고, 바이올린 들고 출발했습니다.
우선 맛있는 식사에 이어지는 이야기, 그 중에서도 스마트 폰이 어떻게 일상을 바꾸었나, 그러니 선생님도 한 번 해 보면 어떤가
하는 권유가 가장 마음을 흔들었는데 금요일 모임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턱 하니 꺼내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아직 문자도 제대로 못 보내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문자기능은 삼성이 더 쉽게 되어 있다고 만약 스마트 폰으로 바꾸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니라면 터치 폰으로라도 바꾸면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맛있기도 하고 보기에도 멋진 라떼까지 마신 다음 윤교 방으로 들어가서 첼로 연주로 곡을 듣기도 하고, 아무리 해도 어려운 부분을
박자로 맞추어가면서 연습을 몇 번 하고 나니 곡이 처음과는 다르게 이제 무엇이 무엇인지는 구별이 갑니다.늘 느끼는 것이지만 박자가
어려워서 쉬운 곳은 그럭 저럭 연습이 되지만 조금 어려워지면 손이 엉켜버리는 습성을 고치는 일이 가장 난감한 부분이네요.
그래도 윤교가 선생님 역할을 확실히 해 준 덕분에 이제는 조금 자신이 생겼는데 운동하러 가려고 나서려는데 ARHET님이 이왕이면
첼로와 합주를 해보면 어떤가 제안을 합니다. 아니, 이런 황송한 일이,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지금 연습하는 곡 말고 스즈키
2번의 첫 곡을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몰래 촬영을 한 덕분에 나중에 들어보니 소리는 중간에 뒤엉켜서 이상하지만 그래도 첼로와 이중으로 소리가 나니까 뭔가 근사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후에 다시 연습 많이 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못하고 서툰 것이 정상이라고, 그러니 다음 번에 조금 더 발전해서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내는 것이면 된다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세뇌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 얼마나 기쁘고 민망하고 들뜨고 아무튼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시간이었습니다.
하늘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그래도 마음이 더 뜨거운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마련해준 ARHET님, 그리고 여러번 틀려도 짜증내지 않고 자신이 배운 방식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서
스즈키 연습곡에서 처음 만난 고비를 넘기도록 계속 도와준 윤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고른 그림입니다.
다음 번에는 홍주에게 피아노 반주 부탁해볼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우리들끼리 그렇게 정하기도 했지요.
앞으로 어떤 아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음악으로 만나게 될 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