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저희 나키니치를 기억해주시고,
니치 소식에 너무 슬퍼하셔서... 망설이다 씁니다.
니치가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할 때 그런 고민을 했었어요.
우리가 생명의 탄생을 환영하고 축하하듯이, 생명의 마지막 가는 길도 축복으로 가득하면 좋겠다고.
마지막 날은 갑자기 찾아왔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니치는 조금만 정신이 들면 나키를 찾아서 핥아줬어요.
마치 내가 떠나고 난 다음에도 잘 지내야 한다는 당부를 하는 것처럼요.
우리가 나키를 잘 돌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줬습니다.
니치가 많이 보고 싶어요.
니치의 달큰한 냄새, 촉촉 말랑하던 코, 은근히 깔깔하던 혀, 흥분하면 360도로 돌아가던 꼬리
팔락거리다 뒤로 접히던 큰 귀, 그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도 항상 부드러웠던 발,
그리고 따뜻하고 푸근한 니치의 품...
열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개와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로 와서
온갖 말썽 끝에 엄마아빠를 결혼까지 시키고 말았던 니치^^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겨줬고,
어떻게 살것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줬고,
행복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줬던 니치.
니치는 니치에게 주어졌던 이 세상에서의 시간을 참 유쾌하게, 그리고 충만하게 살았다고 생각해요.
나키가 깔고 앉은 엄마 슬리퍼, 찾아서 엄마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그만 부우욱.
점심을 물고 튀다 아빠한테 딱 걸렸어요.
꽃들은 시원하겠다는 니치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침 공기를 갈랐던 니치의 하이킥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가면 혼자서도 항상 줄을 설 줄 알았던, 그래서 공짜 아이스크림 꽤나 얻어먹은 천재견 니치^^
개를 한번도 직접 만져본 적이 없는 크리스티나가 망설이다, 큰 마음 먹고 도전을 해보기로 했을 때,
니치가 이렇게 해줬어요. 요기요기 턱밑을 쓰다듬으라고.
말하고 친구하기로 한 날, 말구유 통에 고개를 박고 말먹이를 싹쓸이하느라 바빴고.
바닷가에서는 항상 떠내려온 나무들 수집하느라 바빴고,
물 속의 바위들도 모두 구조해줘야 해서 바빴고,
프랑스 칸의 바다에서는 몸매 자랑하느라 바빴던 니치^^
니치를 떠올릴 때면 마음 속에서 눈이 부시게 밝은 빛이 퍼져나가는 거 같아요.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존재가 내 곁에 와서 이 세상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줬구나 하고 생각하면
내가 잘 살아야겠다 하고 새삼 다짐하게 됩니다.
이 녀석, 참 멋지고 유쾌하죠?
부디 그렇게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