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가 맡아한 다양한 일들 중 이 녀석이 이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일은,
시력을 잃은 나키를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집안에서 나키가 물을 마시고 싶어하면 나키를 물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줍니다.
2층에 올라가고 싶어하면 계단을 함께 올라옵니다.
엄마가 나키 깨워, 산책 가자 그러면 소파에서 자는 나키 코를 문질문질 깨운 다음
이렇게 집을 나섭니다.
리드줄 없이 놀 때도 항상 나키를 지켜보다 나키가 혼자 좀 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달려가서 데리고 옵니다.
신나게 놀다가도 집에 가자 하면 나키부터 챙깁니다.
쇼핑 가는 길,
펫샵 안의 수많은 유혹 따위, 끄떡없습니다.
그래도 나키가 멈춰서서 냄새맡고 싶다고 조르면 잠깐씩 기다려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인사하고 싶어하면 앉아서 헬로우하고 나키도 인사시키고, 일어나면 나키부터 챙겨서 갈길 또 갑니다.
보이지 않아도 거침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나무가 빽빽한 숲에 들어가서 실컷 놀 수 있었던 것도 항상 나키 옆에서 안내견이 되어 준
니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태어나서 단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녀석들,
니치는 나키의 누나였고, 친구였고, 눈이었습니다.
나키가 병원에서 안구 하나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던 날, 니치는 하루종일 울었어요.
아픈 니치한테 그만 일어나라고 조르던 나키...
나키가 시력을 잃고도 잘 적응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니치가 세상을 떠난 뒤 저희 가족은, 적응을 한 것이 나키가 아니고 니치였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답니다.
미치도록 그리운 우리 니치, 자타공인 천재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