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은 두 번의 모임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내용도 생소하고 발제도 해야 할 말이 많다보니
세 번으로 나누어서 읽자고 한 책, 그런데 두 번째 모여서도 이야기가 길어져서 결국 12월까지 함께 읽기로
정해졌습니다. 그것이 불만이냐고요? 아뇨 사실은 요즘 정신을 써야 할 다른 한 군데 일이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금요일 낮 시간 약속이 길어져서 집에 들어오니 3시, 그 때부터 모임 시간 전까지 요약할 것 정리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다른 보조 자료도 더 보려고 했는데 목요일 낮에 알라딘 서점에 가서 택배로 보낸 책이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겁니다. 그 중에서 도저히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제목의 책,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조금만 맛보자고 시작한 책 그것이 바로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삼국유사였습니다.
도쿠가와가 삼국유사를 사랑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서 펼쳐본 그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결국
보조자료 읽기는 물건너 가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그 책을 읽느라 시간을 다 쓰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시간이 다 되어도 허신영씨 이외에는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순간 당황했으나 차츰 한 명 두 명 모여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역시 그 때에도 나고야에 있는 도쿠가와 미술관과 도서관 이야기,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지요.
르네상스 시대의 작은 전제국, 큰 전제국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기에 얽힌 사연들이 줄줄이 나오고
그동안 이런 저런 책에서 읽었던 르네상스 시기의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나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이 시기에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인공물로서의 국가, 인공물로서의 전쟁이 무슨 뜻인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재미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의 피렌체와 베네치아에 관심이 있어서 두 국가를 비교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었고
교황의 역사에 대한 진달래씨의 발제 부분도 흥미있었습니다. 카톨릭 신자인 그녀가 교황의 역사를 읽으면서
얼마나 다양한 생각속으로 빠져들었을까 지레 짐작하기도 했고요.
참석한 사람들 각자에게 르네상스는 어떤 인연의 시기일까요? 그런 궁금증도 생기더군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면 한 번 더 끄집어 내서 논의해보고 싶은 대목입니다.
내년 1월로 미루어진 세익스피어 읽기, 비극 네 편은 다 읽기로 하고 나머지 분야의 것은 무엇을 읽고
싶은지 각자 목록을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내년 일년 독서목록에는 소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까, 아니면 ? 생각이 많은 날이기도 했지요.
일요일 아침, 금요일 모임을 정리하느라 글을 쓰려고 하자 마음에 떠오른 화가가 벨리니, 아무래도 베네치아
하면 티치아노와 더불어 생각나는 이름이라서요. 그의 그림을 뒤적이다 보니 시대의 변화가 그림의 소재에서도
느껴지네요.
원 제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제목에 당당히 등장한 그녀,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것이 커다란 변화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한복판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시대라는 커다란
흐름속에서 필사적으로 따라가거나 마지 못해 따라 가거나 심정적으로 거슬러 가거나 노력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고 필사적이거나 다양한 형태로 반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 이런 것이 모임 후기를
쓰는 재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