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갈등을 마무리하고 가까운 곳의 도쿄 대학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을 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가까운 야요이 미술관에도 들러볼 수 있을까? 한 가지
더 기대를 갖고요. 그래야 짐을 맡긴 채 다녀와서 마지막으로 헌책방에도 들러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박물관 문이 열리기 전에 도착해서 교정을 조금 돌아보았습니다. 전 날은 이른 시간에 와서 학생들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금요일 아침은 늦은 시간이라 역시 구내에 학생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학교는 그 곳의 주인인 학생들이 있을 때
역시 생기있는 공간이 되는 법이로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이런 공간이 예사로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더라고요.
도쿄 대학의 상징인 아까몬을 스케치하고 있는 분이 계시네요. 사실 이 문에 얽힌 일화는 다녀와서 더 자세히
알게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가기 전에 알아볼 것을 이렇게 한탄하게 되는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런 안타까움이
다음 여행을 조금 더 준비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니 꼭 부정적인 것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싶기도 하고요.
일본과의 묘하게 시작된 인연, 사실 제게 자극을 준 분은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을
못 하겠지요? 누군가 제 여행기를 읽고 새로운 자극이 되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여행을 떠날 마음이 든다면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박물관을 찾아서 가보니 떡 하니 이런 포스터가 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실제로 보고 싶었던 것은 이 곳
소장품이었는데 마지막 여행 계획이 무너지는 것일까? 잠깐 그 자리에서 고민을 했지요. 지금이라도 가까운 다른
곳으로 가볼까, 아니면? 그러다가 생각을 돌렸지요. 이들이 준비한 특별전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낯선
분야의 전시회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이 전시로 인해 새로운 것에 대한 문이 열릴 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돌렸지요.
실제로 전시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서
모르는 것은 물어가면서 즐겁게 전시를 보았지요. 난생 처음 보는 운석들, 아주 오래된 돌들, 그리고 자원에 대한
설명, 무엇보다도 일본이 쏘아올린 무인 우주선에 관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한참 동영상을 보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시간이 생각나네요. 다 돌아보고는 처음으로 게시판에 감상을 적어놓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주나라에서 우주까지 정말 다양한 볼거리, 생각할 거리와 만난 특별한 시간을
보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매번의 여행은 그 때가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법이긴 해도 늘 기대를 배반하고
그래서 마음 졸이다가 다시 새롭게 즐거워하는 그런 시간들이 많아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조금 여유 시간이 있어서 교정안을 돌아다녔지요.
도쿄 대학 전공투의 현장이 지금은 수리중이라고 해서 그 앞까지만 가 보았습니다.
오래 된 나무의 그늘아래 무성하다는 표현으로는 뭔가 부족한 그런 나무도 있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도 들고간 책을 읽었지요. 여행중 두 권의 얇은 하루끼 책을 읽고 온 것이 기억나는 일중의
하나입니다. 전부는 이해하지 못해도 사전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 된 여행.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가 있더군요. 이 학교 졸업생일까, 나처럼 여행객일까 궁금하지만 그런 것을
묻기엔 너무 사적인 질문이라서 놀고 있는 아이만 카메라에 담았지요.
하루끼의 재미있는 단편을 읽고 나니 정말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길을 걷고 있는 중에 어디서 여러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살며시 들여다보니 방학중에 검도 연습하는
학생들이더라고요.그들이 연습하는 곳에 잠입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실례라서 밖에서 한참 바라보기만 했지요.
저 안에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검도 연습하는 학생들.
대학가 주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찾다보니 바로 아까몬이란 이름의 소바야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이 곳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정말 마지막이로구나 실감이 나네요.
길건너는 중에 본 표지판, 이곳이 예전에 어떤 거리였길래 본향이라는 표현을 썼을꼬.,아니면 대학이 있어서
본향이란 표현을 쓴 것일까, 혼자서 소설을 쓰면서 한 컷.
여행 내내 밤이 되면 저절로 발길이 가서 다양한 책을 구경한 헌 책방, 물론 사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들러
단행본 한 권 더 구하고 이별의 인사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드디어 집에 간다는 실감이 나네요. 이제는 혼자서도
도쿄는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을 비롯해서 다양한 경험을 뒤로 하고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