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행복한 왕자 일요 특강 네번째가 있었습니다. 미리 소개된 바대로 수유너머에서 만난 은유씨가
맡은 강의, 인터뷰에 대한 것이었지요.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은 강의, 앞으로도 제 삶에서 하나의 깃발이 되어서
여기저기 출몰하는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갈 것 같은 그런 강의였지요.
그녀는 사보의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인터뷰가 자신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한 이야기
수유너머 학인들과의 공부를 시작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은 개인사를
섞어서 조근조근 풀어놓았는데요 이번 강의에서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몇 어른들이 더 몰입해서 듣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좋았다는 반응도 바로 나오더군요. 몇 아이들은 혼자서 듣기는 아깝다, 친구들에게도 들려주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요. 물론 지루해서, 혹은 옆 사람들과 이야기가 더 좋아서 소근대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모두가 다
좋은 강의가 있으랴 싶어서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고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도 누구에겐 금이 다른
사람들에겐 동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왜 이런 좋은 것을 제공해도 마음을 열지 않는가
윽박지르게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이상하게 일이 계속 쌓여서 차분하게 앉아서 일요일의 강의에 대해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목소리에 제 안에 남아서 울림이 지속되는 것을 보니 파장이 컸구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밤, 한국에 잠시 다니러 온 딸하고도 이야기하던 중에 강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낯 선 것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도요.
오랫동안 행복한 왕자에서 어른들과 책읽기를 해오고 있는 중에 올해가 여러모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른들과 함께 시작한 금요 고전읽기, 덕분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여름 방학
시작하면서 고전읽기를 중학생들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니어 클래식으로 읽어가는 방식이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가 가능하게 된 것은 역시 금요모임과 월요일 시작한 사기열전 수업의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화요일의 신화읽기, 일본사읽기도 제겐 도전이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작년에 일본 여행간다고 얼떨결에 시작한
일본문화사 읽기, 거기서 가지가 뻗어서 신화읽기, 다시 한 가지 그림읽기로 말하자면 3교시가 된 수업인데
낯선 것들과의 만남으로 제 생각이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낯선 것을 수용하고 변용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하는
문 역할을 해주고 있네요.
누군가 말을 꺼내면 일단 시작해보고 , 말 꺼낸 사람이 상상하지 못하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오늘은
심리학 책읽기로 인해서 생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언젠가 이 반에서 심리학 책을 함께 읽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뭐든 생각나면 시도해보고 아니면 돌아가면 되니까 이렇게
유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무서운 것이 별로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이번 여름에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관찰하고 어떤 식으로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열린 질문 닫힌 질문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어른들도 얼마나 집에서 실천이 가능할 것인가, 각자가 서
있는 지점에서 그 때 그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무늬로 변화를 일으켰는가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하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이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는 순간 생각난 화가는 미로였습니다. 미로가 보여주는 다양한 세계가 유연한
생각을 자극하는 편이라서 자동적으로 미로를 찾게 된 것이겠지요? 그런 선택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시간
고른 음악은 드뷔시입니다. 리히터의 연주로 듣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