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복한 왕자의 일요 특강 두 번째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범희영씨 ,그리고 그 집 아이들과의 인연으로 함께 공부하다가 음악회를 그 집에서 두 번 열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함께 하는 사이에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일까요?
대학교에서의 강의,연구 프로젝트로 바쁜 유 양모교수님이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 어른들이 모이는 곳에
재능기부 강연의 두 번째 강연자로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강연 날짜를 잡아 놓고도 앞선 걱정, 바이오 엔지니어링이 도대체 무엇하는 것일까 감이 잡히지 않는데 아이들에겐
이 곳에 오고 싶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인가였지요. 그런데 그것이 기우에 불과한 걱정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어울리고 어른들도 귀를 세우고 들은 오늘의 강연은
제게 과학사 이외에는 다른 분야의 글을 읽을 엄두도 못내던 상태에서 한 뼘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대학생 이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없다고 그래서 눈높이 맞추는 일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의
자료 준비로 우리들앞에 선 강연자로부터 의공학이란 질병과 장애없이 행복하게 오래 사는 삶을 위해 의학과
공학이 서로 연대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지루해할까봐 다양하게 보여 준 것중에서 스마트폰안에 있는 기능중 어린아이들과 노인의 경우
혈관을 찾아서 주사놓기가 어려운 점에 착안해서 혈관을 찾기 쉬운 장치를 개발한 것을 실제로 보여준 것에
놀라는 반응이 느껴지더군요. 물론 저도 너무 신기해서 과학자와 공학자의 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보다 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들었고 깊은 인상이 박히더라고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유학가서 선택한 것이 바이오 엔지니어링, 그렇다면
의대 공부가 필요했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해부학을 비롯한 상당한 과목을 새롭게 배웠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의학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몸의 구조에 대한 설명에 이르기까지 아주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어서 마치 의학사를 한 번에 간단히 마스터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의학의 역사에서 기술이 별로 발전하지 못하다가 과학 기술의 발달과 접목해서 20세기 들어 변한 분야들에 대한
설명이 인상깊었습니다.
심장 기능,심폐술, 제세동기,이런 것들은 의료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것들인데 오늘 이런 이야기들과 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그 점도 신기했고 심장이 하는 역할, 그 중에서 생활습관에서 오는 질병의 문제에 대해선
제게 경고가 크게 되기도 했었고,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보니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그러니
키가 유전적인 요인이 전부가 아니라 결국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에 대해선
아들의 예를 들어서 쉽게 설명한 것이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질문시간에 제가 궁금한
것을 여러가지 물었습니다. 우선 연구과정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는가와 아이들에게 수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어떤 식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지요.
연구소의 멤버들은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모였다고 하면서 처음에 어려운 점은 서로가 다른 전공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용어상의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융합학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도
제겐 신선한 설명이 되었는데요 물과 모래를 섞는 것처럼 다시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융합이 아니고 섞어서 분리가
가능하지 않은 것, 섞여서 다른 것이 나오는 결과가 바로 융합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대학원 이상의 공부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자신의 안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한국의 현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계산식 수학이 아니라 실제로
수학은 쓰임새가 많은 학문이란 것에 대한 강조,그리고 10문제를 풀어야 할 경우 하나 더 꾸준히 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강조는 제 자신이 아이들에게 늘 하던 말과 일치해서 신기했지요.
영어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질문에 뜻밖에도 강연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
중학교 1학년때 선생님과의 어긋난 인연으로 영어를 싫어하게 되어 고생한 이야기, 대학에 가려고 하니 점수가
모자라서 3학년때 쉬운 책을 여러 번 보면서 기초를 다지고 무조건 기출문제를 몽땅 풀던 이야기, 그렇게 해서
점수를 올리고 대학에 합격했지만 실제로는 원서를 읽기에 부족했던 실력에 대한 것,. 미국유학중 언어 문제로
고생하던 이야기, 그러다가 직장에서 하루 종일 영어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어가 늘었다는 것에 이어서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결국 공부하고 또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끝에 정말 중요한 것은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아이들에게 영어 영어 강조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거리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에 입문한 것에 이어 제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하고 있던 이야기를 전혀
생각지 못한 시간에 듣게 된 것은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습니다.이 자리에 함께 한 아이들과 앞으로 여러가지
경로에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의 기억으로 이야기 내용이 더 보충되길 기대하고요. 선뜻 강연을 맡아주신 유 양모교수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만남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꿈이 피어오르게 될지 궁금하네요. 씨앗을 일단
뿌리고 나면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자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냥 묻히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다양한 씨를 뿌리는
것은 어른의 몫이라면 (물론 어른만의 몫은 아니지만요 ) 나머지는 스스로 자라도록 지켜보고 응원하고
혼자서만이 아니라 옆 사람들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키우도록 격려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