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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난 화가- 라비니아 폰타나

| 조회수 : 94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2-06 00:59:36

강남의 알라딘 중고 서적, 제겐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한  그런 서점 나들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인 이유는 평소라면 그냥 내려놓을 책이라도 어라 이 정도 액수라면 하고 슬며시 집어들게 되는 책이 많아서

 

중고서적인데 오히려 책 구매액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고  약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로 놓치기 쉬웠지만

 

의외로  읽어서 좋았다는 책이 늘기도 한다는 점이지요. 그렇게 해서 고른 소설중의 하나가 바로 붓을 든 소녀입니다.

                                 일리아스읽기를 끝내고 바로  오뒷세이아에 돌입하면 다시 그리스속으로 너무

 

깊숙하게 몰입하는 느낌이라서 일단 쉬어가는 의미로 소설을 골라서 읽어보자 싶었거든요. 마침 신화를 탐색하던

 

차라서 그렇다면 르네상스 기의 여성화가 라비니아 폰타나를 이 소설가겸 미술사를 공부하고 자신도 그림을 그리던

 

작가가 어떻게 형상화했을까 궁금한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도 역시 르네상스 기 화가이면서 동시에 공방을 열고 제자를 키운 사람이더군요. 프로스페로 폰타나라고

 

잘 알려진 화가는 아니어서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공방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눈을 사용하라고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외동딸인 라비니아, 그래서 소설가는 예민하고 수줍은 엄마가 아이를 여러 명

 

유산하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낳아서 남편에게 대를 잇게 해주고 싶었으나 역시 사산으로 끝나고 말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나무 인형을 아들로 삼아서 한동안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더군요.

 

당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한 예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지요.  반면 딸은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허용해도 스피넷을 연습해서 결혼의 상대를 잘 만나는 정도를 바라는 아버지게에 감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어서 몰래 그림 연습을 하는 여주인공이 나오더군요. 혹시 소설가는 이 그림에서 힌트를

 

얻어서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상상하게 만드는 자화상을 만났습니다.

 

스피넷 앞에서의 그녀와 이 그림속의 자화상에 드러난 그녀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뚜렷한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사람의 자부심이 넘치는 그림, 바로  소설의 표지에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

 

원제목은 the vaishing point인데 이렇게 하면 한국 독자의 시선을 끌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출판사에서는

 

붓을 든 소녀라고 제목을 바꾸어서 출간을 했네요.

 

소설속에서 본 그녀의 고향은 볼로냐, 그곳은 대학이 일찍 세워지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여성이 강의를 하기도 한

 

갑자기 볼로냐라는 지명을 읽다보니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란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지기도 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지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떤 특정 소설을 읽고 싶어지는 현상이요.

 

당시 피렌체 혹은 로마는 볼로냐 사람들에겐 문화의 진원지 역할을 하던 곳이라서 소설안에서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피렌체에서 오는 손님을 대접하거나 로마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오고 당시 마침 로마에서

 

다양한 발굴이 이어지던 시기라서  그런 것들도 언급이 되어 그렇다면 다음에는 하고  이어서 읽어보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소설과 그림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읽을 만한 소설이고 여러가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어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소설이랍니다.

  그림을 찾다가 가장 놀란 것은 곤자가 가문의

여성을 그린 바로 이 두 점이었습니다.  과연 이대로 주문자에게 간 그림일까? 아니면?  상상이 뻗어가더라고요.

 

다른 도제의 그림이라고 속여서 아버지에게 그림을 보이고  드디어 그림실력을 인정받아  공방에 가게 되지만

 

여성이 감히 라는 도제들의 질시로 숨막힐 것 같은 순간을 보내는 여주인공, 어머니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햇지만 어머니의 다른 얼굴을 보고 그 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는 화해의 순간들, 아버지, 늘

 

엄격하고 권위적이던 아버지가 병으로 실명하게 된 딸, 아들을 잃은 부인의 해산날,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던 아버지의

 

고뇌에 찬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게 되는 시간,  자연속에서 스케치 하면서

 

제대로 보는 것의 의미를 깨달아가던 순간,  실명속에서 보는 것의 소중함을 뻐저리게 느끼던 그녀가 지네에 물려서

 

갑자기 시력을 찾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그림의 소재로 소중하게 다가오던 순간, 이런 순간순간의 묘사가

 

제 마음에도 스며들어와 눈이 시큰하던 순간도 다 지나가고  그림을 통해 몇 백년전의 화가와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미술관에서 직접 보게 되면 더 반갑겠지요?

 

그 중에서도 언젠가 이 작품만은 꼭 보고 싶다고 마음에 품은 그림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여러 점 중에서 왜 하필 그 그림인가 질문을 받으면 답변이 어렵지만 그냥, 웬지 나도 모르게 이런 것이

 

정직한 답이 될까요?  이 그림과 더불어 골라서 듣는 랑랑의 쇼팽, 오늘 밤을 마무리짓는 곡이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래인
    '13.2.7 9:28 AM

    깊이 있는 그림과 잔잔한 감상평이 새삼 뜸했던 미술과 조우하고 싶게 만드네요. 감사합니다

  • intotheself
    '13.2.7 2:50 PM

    글과 그림을 본 사람이 그림을 보고 싶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랍니다.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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