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공원에 가기 전 마음이 여러갈래로 망서려지더군요. 전에 에도 박물관에도 가 보았고, 국립 박물관에도 갔고
아직 가보지 못한 미술관은 산처럼 쌓여있고 ,또 에도 시대를 볼 필요가 있을까, 나중에 2시에 지브리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곳을 가야 하나, 아니면 오랫만에 다 함께 가는 곳에 참석하는 것이 도리일까, 그러다가 함께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도쿄 도심을 벗어나는 곳, 지하철에 타서 옆에 앉은 달래랑 지하철역의 지명을 일본어에서 직접 읽어보는 훈련을 했지요.
몇 번 지나다닌 곳은 발음하기가 훨씬 편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조금 더 어렵더라고요. 어느 것 하나 그저 얻는 것은 없구나
실감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미니 버스를 타고 공원앞까지 가는 길, 도심이 아닌 곳의 건축을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집은 왜 기본이 다 2층일까,언제부터 조금 더 높은 층 건축이 허용된 것인가 어떤 형태의 규제가 있는가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가면서 가다보니 벌써 내릴 때가 되었고 좌충우돌 물어가면서 건축 공원을 찾아 갑니다.
일본에서 길을 물어보다가 잘 모르면 사람들이 어디로 가면 파출소가 있으니 물어보라는 말을 자주 하더군요. 이 곳에서 만난 파출소
역시 젊은 순경이 길을 알려주어서 찾아갑니다.
건축물 공원이라고 해도 27채의 실제 집을 다닥 다닥 붙여 놓은 것일까, 그림이 머리에 담겨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 간 곳
그런데 실제로는 모든 사람들의 만족도가 일치했던 곳이었으니 상상하는 것과 실제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던
공간이기도 했지요.
이런 시간을 누리고 싶어도 왜 여행지에서 나는 그런 시간을 못 누리는가 조금 생각해 볼 부분이네요. 여행이 짧아서? 아니
긴 시간이 주어져도 이렇게 앉아서 느긋하게 놀고, 들고 간 책도 읽고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글도 쓰고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왜 못하는 것일까 사진을 보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상에서도 사실 그렇게 느긋하게 못 살고 있으니 다른 곳에 가서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어느 것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
이 곳에서 그녀의 설명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로 쉽게 설명해서 아이들도 대강 내용을 알아듣고 질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자 신이 난 자원봉사자인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기도 하고, 저도 화차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서 만난 2.26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집이 이 곳에 있다니 놀라서 연관성에 대해서 묻기도 했지요. 미야메 미유키를 읽느냐고 상대방도 놀라서 반응을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행기에서 읽은 니코, 갈 수 있을까 여러 번 망서리고 그래도 혹시 해서 체크했던 곳인데 결국 그 곳의 건물 한 채를 이 곳에서
만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27채를 다 구경할 수 없는 경우 꼭 보라고 권하는 집중에 바로 소설속의 주인공이 살던 집이 바로 이 집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 장소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공원에 집자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요. 이 건물안에도 자원봉사자가 따로 있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시까지 지브리 스튜디오에 도착하려면 40분전에는 떠나야 한다고 하니 서둘러야 하지만 공원 자체의 매력, 건물 하나 하나 제대로
보고 싶기도 해서 갈등이 생깁니다 .나중에 시간이 정말 모자라면 다른 방도를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은 건축물 공원안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공간을 숨기고 열고 , 그리고 공유하고 이런 개념에 대해서 이 곳에서 이리 저리 생각해본 것이 제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실제 상점이었던 건물이 몇 채나 당시 그대로 보존된 채로 관광객을 맞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일일 드라마에서 이런 작은 공간이 주인공이 사는 집이라서 한동안 보았던 적이 있었지요. 여럿이서 사는 공동 공간이라
더 신경을 써서 청소하고 관리하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돈에 자신이 없는 저로서는 만약 함께 살아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을 것 같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제겐 지브리와의 인연은 없었을 겁니다. 가기 전 화요일 반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편씩
에니메이션을 보았는데요 그것도 그 이후 수업이 있어서 토막 토막 본 것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해서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대해서 아주 간단한 입문을 하고 떠날 수 있었지요. 이 버스를 보던 순간 지르던 아이들의 탄성이 지금도 귓가에 환청으로
남아있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