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보험 공단에서 하는 정기 검진을 12월이 아니라 5월에 받게 된 것은
아무래도 가슴 한 쪽이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였습니다.,혹시?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공연히 신경이 쓰여서요.
다행히도 가슴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검진 결과에 찍혀 나온 여러 가지 증상을 보고 있자니
가족력으로 혈관 질환이 있는 제겐 무서운 선고처럼 느껴져서 미루고 미루던 운동을 드디어!!
다시 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말하면 꼭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목요일 수업 마치고 점심 먹는 시간
초록별님께서 동네의 체력단련장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곳에 대화동에 살 때
몇 달 다녔는데 겨울이 되니 꾀가 생기고 여행가고 오는 시간의 공백이 생기니 자연히 멀어져버린 기억이
났습니다. 좋은 소식은 그 곳을 운영하는 분이 바뀌면서 제대로 개인적인 트레이닝이 가능해졌다고요.
1개월이면 3만원, 3개월이면 6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도 비용이고, 어떻게든 시작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 일단 따라가서 등록이라도 해야 뭔가 끈이 생길 것 같아서
그 날 바로 등록을 했으나 관장님 사정상 월요일부터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월요일 불어 모임이 끝나고 점심 먹는 중에 오늘부터 헬쓰장에 가게 되었다고 하니 한 사람은
건강검진의 약효는 한 달 정도 가는 것 같더라고 해서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그래도 선생님은 일단 시작하면 오래 하는 사람이라서 이번에 마음 먹고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러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주네요. 역시 사람은 아무리 어른이라도 격려가
약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날이었지요. 물론 주의보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혹시 몰라서 읽을 거리도 챙기고 mp3도 챙겨넣고 마치 소풍가는 사람마냥 길을 나섰습니다.
그 곳은 관장님이 바로 트레이너인데요 커다란 거울앞에서 그녀를 따라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몸이 얼마나 비교가 되던지요!!
평생 운동을 해온 사람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싫어서 늘 한자리에 앉아서 읽을 거리만 찾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런 것이 눈에 확 들어와서 자극이 되었다는 것이
좋은 징조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습니다.

들고 간 가방의 무게가 무색하게도 이런 저런 기구를 설명을 들으면서 따라 하는데 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무엇을 읽는다는 것, 혹은 듣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마치고 나서 러닝 머신에 올라서야 비로서 스페인어, 프랑스어 소리를 들어가면서 30분을 걷는데
아, 30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놀라기도 했지요.

한 바퀴 운동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스트레칭을 한 다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복식 호흡법을 배우고
하루에 여러 컵 물을 마시면 좋다는 이야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운동이 고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몸은 후끈후끈하지만 뭔가 산뜻한 기분에 귀에서 들려오는 모짜르트의 마술피리가 마치 제게
이제 노력하면 언젠가 마술의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재미있는 것은 오늘 같은 날 그림을 보려고 들어오니 토마스 이킨스의 그림에 손이 갑니다.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이 날을 기억하면서 일년 이년 이후에도 그 때 그 기억을 더듬어 이킨스의 그림을 볼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