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의 일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과 재수생들에겐 부담이 되는 시험이 있는 날인데요
알밥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알밥? 재료가 없는데 그러면 날치알 주먹밥이라도 만들어줄까?
좋다고 하는 아들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신문을 읽고 있는데 벌써 나갈 준비가 된 아이가 인사를 하는 겁니다.
오빠, 간다
저는 처음에는 엄마, 갈께로 알아들었다가 아무래도 어감이 다른 것 같아서 확인을 했더니
오빠, 간다라는 표현이 맞았더군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하면서 동시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기질적으로 너무 달라서 엄마가 아들의 장난기를 제대로 못 받아주고 늘 어디선가 삐걱이는 느낌으로
살아오던 시간들이 생각나서요.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아이의 성향에 맞추어서 대응
하는 힘이 있었더라면, 아니면 그런 차이를 제대로 인정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와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더라면 상당히 다른 모자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련만 하는 후회도 들고요.
그러나 이미 지난 일에 연연해도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은 없을테니 순간에 집중하여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새벽이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잠이 확 깨서 신문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연주를 계속 들었습니다. 오늘 돌려줄 음반을
마지막으로 더 들어보고 싶어서인데요, 선율이 마음속으로 확 스며드는 느낌이 특별한 것은 아무래도
아들의 말 한마디로 마음이 가벼워져서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