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겨울 아들의 입시,입시실패, 그리고 새로 입시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폭풍같은 날들
더구나 피아노가 있던 방이 주인을 바꾸게 되어서 (조카가 군대가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거든요) 거실로 나 앉게 된 피아노, 이래 저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한동안 피아노는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었습니다.오가면서 보면 공연히 마음이 아프지만 이상하게 뚜껑을 열게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봄이 오니,(이것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군요) 마음이 슬슬 동하기 시작했지만 역시 손이 가지 않던 중
둘째 넷째 화요일에 시작한 영어와 요리수업,그 모임의 멤버 두 사람이 음악을 좋아하고 실제로 연습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렇다면? 하고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손을 풀면서 그동안 감각이 퇴화된 부분을 메우는 연습을 하고 악보를 제대로 못 보는 부분이 있으면
이주일에 한 번씩 악보를 들고 가면 되겠다 싶어서요.
지난 목요일 수업에 가서 그녀에게 뜻을 전하니 펄쩍 뛰면서 미리 악보라도 달라고 하네요.
그런 절차가 필요없이도 도울 수 있는 사람인데 웃음이 났습니다.
그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즐겁게 도울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 부탁한 것이거든요.
(요즘 저는 사람들에게 칭찬하고 칭찬받는 일에서 너무 격식을 차리는 일이 사람사이를 오히려 서먹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서먹하다기 보다 그런 것이 필요한가 순수하게 받으면 좋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끔은 제게 오는 칭찬도 기분좋게 그리고 남에게 하는 칭찬도 마음을 담아서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 번 피아노 뚜껑을 여니 언제 쉬었는가 싶게 다시 그 자리에 자주 않게 되는 것을 보면
물체에만 관성의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에도 그런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한 번 정지한 것을 구르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무엇이 동인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있네요.
이번 기회에 간단한 곡 한 곡이라도 이주일에 한 번씩 배울 수 있게 함께 해보면 어떤가 하고
주인장 마리포사님을 슬며시 꼬드길 작정인데요 (그 집에서 화요 모임이 있는데 피아노가 특이하고 아름다운
색이더군요.그런 피아노를 모셔만 놓으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그 집에서 피아노가
홀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여럿이 즐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공연히 저 혼자 피아노를 보고 한 생각이랍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알기라도 하듯 everymonth에 일음공이란 아이디를 쓰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피아노연습실도 있는 새로운 멤버가 등장을 했습니다. 물론 아직 서로 모르는 사이이지만
같은 동네분이고 언젠가 가까운 시일에 차한잔 나누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마음이 설레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요.
무언가 자축하고 싶은 일이 있는 날 .이상하게 모네 그림을 찾게 되는데 마지막 두 그림은
지난 번 여행지와 같은 장소로군요. 피아노 이야기하러 들어왔다가 이상하게 그림속에서 지난 추억을 자극하는
장소와 만나니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