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공간너머에서 웹진으로 만들어내는 잡지 이름인데요 위클리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주에 한 번씩 이야기가 실리고 있습니다.지난 주에 소개받고 들어가보니 주옥같은 글들이 많아서
무엇을 읽어도 흥미가 불끈,체할까봐 하루에 조금씩 나누어서 읽고 있습니다.,
당연히 혼자 읽기 아까워서 소개하게 되었는데요,신청하면 메일로도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수유공간너머에 관심이 있으나 너무 멀어서,혹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이런 저런 이유로 함께 하기 어려운 '
사람들에겐 홈페이지보다 훨씬 읽을 거리가 많은 위클리를 통해 그 곳과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
월요일 수업중 쉬는 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바로 웹진의 필진이라서 말을 걸면서 홈페이지보다
읽을 거리가 풍성해서 좋던데요 그렇게 말하자 그럼요,비교가 되지 않아요,한 주일만에 웹진을 완성하기 위해서
필진이 한 번 만나는 것이외에도 수시로 연락하고 글을 다듬고 정말 한 주가 바쁘다고 하더군요.
그런 노력으로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을 만들어내는구나,그러니 댓글이라도 열심히 써야지 싶어서
(무플이 악플보다 나쁜 것이라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요)글을 읽고나면
무엇이라도 그때 느낀 감상에 대해서 쓰게 되기도 합니다.
정독도서관에서 철학모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곳을 오래 이용하고 있는 깜빡이님의 권유 덕분이고
그 곳에서 문학이 아닌 철학모임이란 이유로 강사료를 지원받은 덕분에 누구를 강사로 모실까 의논하다가
아무래도 철학수업이니 철학과 관련된 강의가 좋지 않겠나 싶어서 고병권 선생에게 부탁을 했고
그 쪽에서 좋다고 적은 강사료로 승낙을 해 준 덕분에 ,자본론 세미나가 있는 것을 알고 급하게
일정을 조정해서 참가하게 되었고,그렇게 먼 길을 가는데 한 강좌 듣는 것은 너무 아깝다 싶어서
일본어 번역모임에 참가,이제 고통스러운 단계는 지났지만 그래도 실력이 모자라서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도와달라고 사정을 하는 상태이지만 이제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참가가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이 곳에 새로 시작하는 일본어 강좌 소개를 한 덕분에 만나게 된 두 사람,그래서 이제는 수업전 1시간 30분
일찍 만나 일본어로 회화를 시작하기도 했지요.이런 저런 실타래가 이어지는 것들은 발을 일단 담그고
시도해보지 않으면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일 아닐까요?

그 곳에 가니 이것을 해보자,저것을 해보자는 움직임이 많습니다.토요일에 모여서 몸을 움직이는 진동젤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모임도 있고요 (토요일이라 제게 참가는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연구실
공터에 농사를 지어보자는 사람들의 모임,무엇을 함께 읽자는 모임,모임,모임들
지난 번에 가니 자본세미나의 반장을 맡았던 규호씨가 할 말이 있다고 부르더군요.무슨 할 말인가?
음악을 잘 들었다는 인사인가?
그것이 아니고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서 영어로 대화하는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가 묻네요.
아침 일찍이라고? 지금도 일찍인데 싶어서 일단 거절을 했다가 그래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청하는 일인데 나만 좋은 것 다 받아먹고 싫다고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머리를 막 굴렸습니다.

그렇다면 아침은 곤란하고 일본어 수업끝나고 저녁 먹은뒤에 루니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은 어떤가
물어보았습니다.그래도 되겠는가,피곤하지 않느냐고 하네요.그 정도로 피곤할 것은 없으니 꼭 하겠다면
그 시간으로 정하고 어떻게 할 지는 더 생각해보자고 말을 했지요.

그런 발상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 날 하염없이 퍼부은 눈 덕분입니다
저녁을 그 곳에서 먹고 앉아서 다음 수업준비로 책을 읽다가 이렇게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남산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사실 저는 그 곳을 왜 수유공간너머 남산이라고 하는지 두 주전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늘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다시 마을버스 타거나 택시를 타고 가서 내린 곳은 해방촌 오거리 전의 구 정일학원앞
그러니 남산과 그 곳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길이 없었지요.그런데 광화문까지 가는 402번 버스가 있는 곳을
소개받고 보니 그 곳이 바로 남산 도서관쪽과 연결이 되 있어서 아하,그래서 하고 그 곳을 알게 되었는데
그 날따라 그렇다면 이 눈길을 한 번 걸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mp3에서 라디오를 연결하니 늘 음반으로만 들어보던 세상의 모든 음악시간입니다.
어라,이렇게 방송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눈길을 걷다니 정말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어서 기뻤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늘 저녁시간에 주로 일을 하다보니 제겐 저녁이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놀이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라서 생체리듬이 달랐다고 할까요?

기분이 좋은 탓이었을까요? 그렇다면 하고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 것이,
공부만이 아니라 삶을 같이 나누고 싶어하는 공간과 만난 것이 제 인생의 후반부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그래도 그 곳에서 만나는 인연들로 인해 제 자신의 벽이 더 많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벽을 없애고 쉽게 드나드는 문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이것이상은 곤란해 하고 방어막을 더 확실하게 치게 될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저 자신이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는 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것,
그것이 혼자 읽기 어려운 원전을 읽는 즐거움보다 더 한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