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그 곳에서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약과 도자기에 관한 공부를 마친 사람들이
limestone이란 그룹을 결성해서 일년동안 준비해서 마련한 freedom on the plate란 이름의 전시중이어서
초대를 받았거든요. 멤버중의 한 명이 이 곳 줌인줌아웃을 통해서 오래 전 알게 되어
everymonth 초창기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대학원 진학때문에 오프 라인에서는 만나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간간히 온라인 상에서 이름을 보거나 소리내어 만나보거나 했던 suovian님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나중에 이 곳에서 만나서 함께 차마시면서 동유럽 여행담에 대해서 즐겁게 들었던 물찬 제비님의 말로는
경인미술관이 인사동 터주대감격이라고 하던데 이상하게 저하곤 인연이 없었던 장소더라고요.
이렇게 세 작품을 하나로 해서 소통이란 제목이 붙어있었지만 제 실력으로는 한 공간에 담을 수 없네요.
사진으로 보면 결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렵지만 가마에서 구워지면서 생긴 서로 다른 농도의 얼룩을 보는
일이 즐거운 일중의 하나였습니다.
아무리 작가가 의도를 갖고 달려든다해도 가마는 그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것,그것이 가마작업하는 사람들이
자연과 교감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 날 전시장 당번을 맡고 있느라 그녀와 오랜 시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특히 창작작업의 어려움,앞으로의 전망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늘 남의 작품만 바라보고 사는 제겐 부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그녀의 작품을 본 다음 다른 동인들의 작업도 둘러보았는데요,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작업도 있고
이런 이미지는 이렇게 발전시키면 어떨까 하는 조금 더 비판적인 눈으로 보게 되는 작품도 있더군요.
벽을 바라보면서 검정의 변주로 다양한 검정색을 표현한다면 또 다른 작업이 되겠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혼자서 궁리하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이것으로 완성품이 아니고 가로로 세로로 4개가 나란히 걸려서 한 작품이더군요.
두개의 판을 하나로 해서 한 작품으로 만들거나,아니면 색과 형태의 변주가 있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동서양의 묘한 혼합을 느끼게 하는 눈에 띄는 작업이더군요.
표현할 수 있다는 것,그것이 갖는 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작업이라서 그 앞에서 여러 번
서성대면서 바라보았습니다.
도록을 받았을 때 눈길을 끌었던 작품중의 하나였는데 역시 눈으로 보니 더 좋더군요.
사진으로는 실력이 모자라서 유약의 묘한 특성을 다 잡아내지 못했지만 눈으로 보니 흐름이 읽혀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전시장에 온 손님들에게 앉아서 차 한 잔 하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것이 바로
작품이라고요.도예가 실생활과 접목할 수 있는 현장을 본 기분이었지요.
그런데 방석은 그대로 두고 탁자만 작업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좋을 수가 있지 않을까?
갸웃거리게 되더라고요.
역시 인사동에 가면 자극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는 생기가 가득해서 머리속에서 생각의 꽃이 피는 경험을 하게
되니,매번 즐거운 나들이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