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구하고 조금 듣다가 먼지 가득한 음반이 되고 말았던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아리아를 모은
음반을 찾아서 토요일 아침,조금 이르다 싶은 시간에 듣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무슨 아리아이냐고요?
사실은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벨리니의 노르마를 보고 왔거든요.
그동안 오페라를 여러 편 보았지만 제겐 역사의 한 시기를 다룬 이 오페라에서 보여주는 주제가 흥미있었고
여주인공의 노래가 불안정하게 출발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상대 주인공 폴리오네역의 이정원이
마음속에 확 파고 드는 노래로 ,오케스트라의 좋은 연주,그리고 무대 장치의 인상적인 변화.
이상하다 제목은 노르마인데 그녀가 아닌 다른 주인공이 더 노래를 잘 불러서 뭔가 내가 착각하고 있는 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아달지자역의 노래도 인상적이었던 밤이었지요.
제겐 어쩌면 어제 밤이 오페라와 제대로 만난 첫 만남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깨고 나서 처음 하는 일이 기량이 탁월한 소프라노들이 제각각 부르는 아리아를
제목도 확인해가면서 듣고 있는 일이 된 특이한 토요일 오전이네요.

어제 금요일 강남 역사모임이 끝나고 원래는 호림미술관 강남 분관에서 열리는 고려 청자전을 보러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중 바로 옆에 교보문고가 보이더군요.
잠깐만 들어가서 신간서적 나온 것 구경하고 길을 떠나야지 했는데 이런 저런 책을 살펴보다 보니
이왕이면 앉아서 하다가 결국은 오랫동안 놀러앉게 되었지요.
신간서적에서 필요한 것 메모하고,그 다음 외국어서적부에 가서 그 곳에 가면 제가 자주 뽑아서 보는
책을 다시 보았습니다.
A YEAR IN ART-A TREASURE A DAY란 제목으로 하루에 한 명의 화가,그의 그림 한 점
그리고 옆에는 인용구를 소개하는 그런 일종의 그림달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인용구도 좋은 것이 많아서 메모장을 꺼내들게 만드는 책이랍니다.

어제 그림을 보다가 메모한 화가중의 한 명인데요,모더존 베커란 여성화가의 그림입니다.
처음 그림은 그녀의 자화상이네요.
제가 어제 본 그림은 인터넷 상에서 올려놓는 것이 금지된 그림이라 대신 다른 그림들을 소개합니다.

화가 이름은 모르더라도 아마 이 그림은 어라 눈에 익은 그림이네,아니면 독특한 그림이로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그림이네요.
art can not be moern,art is eternal .
이 인용구는 에곤 쉴레의 말인데요,어제 책속에서 본 그의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오늘 아침 오랫만에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 화가,그래서 기분이 우울할 때는 보기 어려운 화가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 보면 그가 그림속에서 보여주는 세계란 사실 우리 안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음반에서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란 오페라의 아리아 한 대목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방황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겠지요?
한 번 치운 그대로 깨끗하게 있는 보람이의 방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흔적은
사실은 어질러지고,다시 치워지고 움직임이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한 명이 빠진 집이 이렇게 큰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이런 저런 생각을 유발하기도 하는
날들이어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 교보문고에서 본 책의 말미에서 여성들이 모여서 금요일 밤 이대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는 모임이
있다는 기록을 보고는 주소를 메모해두었습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딸이지만 언젠가 이런 세상과 만나게 되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랬는데 집에 와서 싸이월드에 들어가보니 토요일에 단체 활동으로 야구경기를 하게 되었노라고
엄마,내가 야구하는 모습 사진찍어서 보여줄테니 기대하라는 편지가 와 있네요.
단체활동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참여해보겠노라고
조금은 달라진 목소리를 내는 보람이가 신기하기도 하고,제가 농구에 대해서 메모하면서 생각한 날
그런 글을 받은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저도 바로 답장을 보냈지요.
그 책 (언니들 집을 나가다란 제목의 신간서적인데요)에는 짝토 축구모임도 소개되어 있더군요.
나이를 불문하고 성산동에서 만난다는 그 모임에도 눈길이 오래 갔습니다.


규격에 맞는 삶,남 보기에 그럴듯한 삶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그런 생동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보여주는 모범에 동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날들을 상상해보니
공연히 토요일 아침이 풍성하게 빛나는 느낌이 드는군요.
두 장짜리 음반의 한 장이 거의 끝나가고 있고 제 몸속을 타고 흐르는 노래가락도 기분좋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