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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있던 우물

| 조회수 : 1,408 | 추천수 : 53
작성일 : 2009-06-26 08:02:15
                           
  가재 가 있던 우물

      
분주한 여름볕도 잠시 풀무질을 멈추고
노닐다 가는 산자락 외딴집에 산골짜기물이
흘러들어 고이는 작은  돌우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목욕을 하며
자꾸자꾸 퍼올려도 아침마다 우물은 순정한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쩌다 억수 같은  
장맛비가 밤새 숲을 핥으며 온 산을 울리고 난
아침이면 우물도 부연 눈물을 흘리며 질펀하게
넘쳐흐르곤 했다. 그런 날은 우물을 쳤다.

바닥이 보일 때쯤이면 퍼올린 물속에 그이쁜 놈
가재가 있었다. 딸아이는 좋아라 박수를 치고
세숫대야에서 발발대는 가재를 손끝으로
건드리며,하늘로 하늘로 파아란 웃음을 날렸다.
우물가 언덕배기 주저리를 이루던 달개비꽃도
덩달아 비눗방울을 날리고,따라온 발바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 꼬리를 흔들어댔다.
손때 반지르한 나무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에 산바람을 타서 마시노라면 우물은
다시 마알간 행복으로 고여들었다.
가재가 있던 우물엔 햇빛보다 짠한
낮달이 있었다.


          ----------  장수경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9.6.26 8:23 AM

    등에 업고 함께 자란(?) 막내와
    오랜시간 통화 을 하였습니다
    울엄니에게 힘 되었던 큰딸이었는데도 ..
    엄니없는 빈자리를 동생들에게 채워주어야 함에도
    서로 확인할새없이
    생활에 부대끼는척 바쁜 삶
    늘 미안하기만 합니다
    늘 맑은샘물을 퍼올려 담아주고 싶은 내동생들

  • 2. 캐드펠
    '09.6.27 2:43 AM

    저에게도 저를 업어 키워주신 언니야가 계시답니다. 신혼시절에도 학교 다니는 막내동생을
    위해서 매일 도시락을 싸주시고 머리 땋아주시던 울큰언니
    얼마전 꿀 한병 사들고 찾아가서 옛날 얘기 하면서 양푼에 밥 비벼먹고 어리광 부리다 왔지요
    제가 가면 넘 좋아하시는데 자주 못가서 살짝 미안해하고 있답니다.

  • 3. 행복만들기
    '09.6.27 5:13 AM

    저기가 천지연 폭포이던가요?
    보는것만으로도 시원해집니다^^*

    저두 제 동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 4. 소꿉칭구.무주심
    '09.6.27 6:35 AM

    캐드펠님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늘상 바쁘셔서 집을 비우시던 울엄니 대신 동생셋을 챙기는일은 제몫이었답니다^^
    행복만들기님 외돌괴가는길 남성리쪽에서 바라다보이는 천지연폭포예요
    고운일만 가득한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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