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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눈이 멀고 빈곤은 침묵한다

| 조회수 : 1,647 | 추천수 : 94
작성일 : 2009-05-24 16:19:46

Camel - Ice (running time ; 10'17'')


정범태作, 결정적 순간(1961, 서울경기고등군사재판소)

황톳길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이파리
뻗시디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대샆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 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괴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 모든 세월은 황톳길은
우리들의 희망은
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
뻘길을 지나면 다시 모밀밭
희디흰 고랑 너머
청천 드높은 하늘에 갈리던
아아 그날의 만세는 십년을 지나
철삿줄 파고드는 살결에 숨결 속에
너의 목소리를 느끼며 흐느끼며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김지하 詩


+++++++++++++++++++++++++++++++++++++++++++++++++++++++++++++++++++++++++++++++++++

1960년대의 사진 한 장과,
1970년대의 시 한 편과,
1980년대의 음악 한 곡...

아무런 연관성 없는 시간의 단상들이 오히려 백마디, 천마디 연설보다는 훨씬 강하게 압도하는 듯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지지자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분께 투표하지도 않았으며 그 분이 대통령직을 수행하실 때 미국의 요구대로 우리 나라가 신자유주의의 그늘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보며 부단히도 그분의 정책들을 비판했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소수의 자본권력자들이 전세계 인민의 삶을 착취하고자 총칼 앞세워 각 나라와 민족들의 정치지도자들을 굴복시키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의 변방 소국의 대통령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요...

그래도 그나마,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억지로라도 그 폐해를 지연시켜왔다는 사실을요...

이제는 소문난 국제깡패, 미국조차도 포기하려는 신자유주의, 그 막장의 사회로 달려가지못해 안달난 기득권세력이 정권을 잡고 어떻게든 미국님에게 우리 민족의 미래적 자산가치들을 퍼주지못해 안달난 세상을 만나 차라리 그때가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요...

질곡의 세월을 견뎌내온 지금, 그때와 도데체 무엇이 달라졌나요?

여전히 권력은 눈이 멀었고 세상에 비참하게 널린 빈곤은 여전히 침묵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럴 때 이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이 나라에서 힘없는 자가 권력을 쥐었던 결과란 것이 이렇게 비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 단적인 사건이 아닙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계셔서 이 땅의 힘없고 가난한 민중들의 희망이 되어주셨어야지요.

한 마리 쥐새끼 앞세워 이 땅을 도륙질하는 저 도적무리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히든카드였습니까?
그것보다는 민중들의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갈증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존재로 서 계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기 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별이 지셨습니다.

슬픕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lip
    '09.5.24 4:34 PM

    그런데, 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2. 여진이 아빠
    '09.5.24 10:13 PM

    이 장면을 본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남아있는 기록이 없다는 군요.
    어찌 우리나라는 근현대사가 조선시대보다 더 기록이 허술할까요 허참.
    아마 수없이 사람을 죽이고 숨기고 싶은 게 많아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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