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이란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제자로 국내에서만 공부하고
국제 콩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그 다음에
동영상에 올라온 그녀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생겼을 때
앞으로 주목할 신진 피아니스트로구나 그런 감이 왔지요.
마침 아람누리에서 독주회가 있었을 때 금요일이라서
연주를 들으러 갔지요.
옆자리에 모르는 모녀가 앉았었는데 딸이 엄마를 초대해서
온 모양이었는데 엄마는 피곤했던지 연주내내 코를 골면서
주무시더군요.그런데 그 소리가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그렇게라도 딸과 함께 한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서일까요?
그녀가 선곡한 곡들이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도전적인 곡들이라 마음에 들었고 다시
어느 무대에 서면 들으러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음반이 나왔더군요.

그동안 들었던 쇼팽과는 다른 그래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 구한 두 장의 음반이 저를 사로잡아서
번갈아서 듣고 있는 중인데 들을 때마다 새롭게 들리는
멜로디가 있어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일요일 수업을 하러 가기 전에 잠깐 서점에 들렀습니다.
김영하의 산문집이 있으면 한 권 구해서 읽어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가 이미 본 책이외에는 없다고 하네요.
그냥 나올려다가 아쉬워서 판매대를 보니 젊음의 탄생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판형이 다른 책이 두 권 있고 책값이
조금 다르더군요.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조금 더 비싸지만 표지에 마티스의
cut-out 작품이 새겨지고 뒤에 노트를 끼워놓은 책이었습니다.
먼저 읽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마음먹은 책이라
그 아이가 이 책을 보는 동안 마티스의 그 작품에 눈길을
주고 좋아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기도 했지만
우선 제가 좋아하는 화가라서 마음에 끌린 것이 먼저겠지요?

디지로그를 읽고 속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중
속편보다 먼저 나온 젊음의 탄생을 구한 것인데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사실 이청준의 소설을 읽던 중이라
2편을 읽고 반납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는데)결국
어제 다 읽고 말았습니다.
아홉개의 매직 카드를 내세우고 그것에 맞는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솜씨도 놀랍지만 예를 드는 구체성과
우리 역사속의 이야기에서 비유를 뽑아내는 능력도
역시 그렇구나 고개끄덕이게 하는 면이 있어서
저자의 나이에 비추어 마르지 않는 샘이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지금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
대학생만이 아니라 마음속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제는 마음이 끌려서 평소 메모하는 수첩에 책속의
매직 카드를 모방하여 그려가면서 즐거운 책읽기를
했는데요,눈으로 보면서 책에 줄만 긋는 것과
창조는 못되어도 따라 그리면서 조금은 변형을 해보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사실 손열음의 쇼팽을 들으면서 처음 고른 화가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젊음의 탄생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갑자기 마티스 그림으로 선회하여 그의 그림을 찾아보게
되는 갑작스런 스위치가 재미있네요.

수마에 들린 사람처럼 하루에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서
기분이 이상한 며칠을 보내다가 그동안 무리하게
잠을 줄인 것이 쌓이고 쌓인 피로가 지금 나타나는 모양이다
몸이 원하는 대로 하리라 그렇게 마음먹으니
조바심이 사라집니다.
마음,정말 묘한 물건인 것이 사실이네요.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쇼팽의 음악과 더불어 마티스를
보고 있으니 이제 새로운 한 주일을 제대로 살
기운이 생긴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