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동안에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서 사실 가끔은
지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그것을 상쇄해주는 것이
그래도 금요일에 만나는 음악,중간중간 읽는 책,그리고
그림보는 시간인 셈인데요 어제도 서울시향의 연주로
새로운 샘물을 마시고 돌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세종문화회관에 갈 때까지만 해도
아직 이번 금요일의 연주를 모르고 있었는데 그 날의 연주로
마음이 끌려서 제주올레길에서 만난 미야님과 둘이서
음악회에 갔습니다.
사실은 저도 부르크너를 처음 듣는 것이고 처음 함께
하는 음악에 그녀가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어서 약간 망서리긴 했지만 지휘자의 힘을 믿고
있어서 현장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안심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 기우에 불과한 시간이었지요.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번에도 모짜르트를 듣는 즐거운 시간에
이어 2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흘러가는 음악에서 눈물이
살짝 흘러나오는 연주가 인상적이었고,70분간 이어지는
4악장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플룻의 ,때로는 현과 관의 조화
혹은 관의 깊은 소리가 어울리고,지휘자가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조용히 깊은 정적을 끌어내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
다음에 서울시향과 무슨 곡으로 다시 만날까 기대가 되는군요.
아침에 일어나니 자연히 모짜르트 음악에 손이 갑니다.
어제의 경우 미리 음악을 올려준 켈리님 덕분에 여러번
듣고 또 듣고 가서 일까요?
준비없이 간 날과는 다르게 음악의 멜로디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습니다.어느 것이 더 좋다 잘라말하기
(준비없이 간 날은 새롭게 만나는 기쁨이 있고 돌아와서
다시 그 음악과 만나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어렵지만
확실히 어제는 모짜르트를 깊숙히 느낀 날이었습니다.
미야님은 음악을 들으면서 르노와르의 그림이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오늘 제가 마음에 들어서 고른 그림은 헬렌 프랑켄탈러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색을 느낀다는 켈리님이 제가 어떤 색을
느끼는가,아마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글을 썼더군요,
아직 저는 작곡가에게 색을 느끼기보단 그 음악을 들을 때
보고 싶은 화가가 떠오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상하게 오늘은 이 화가의 그림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우리를 조여오는 삶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는 때
이렇게 혼자서 즐기는 시간들이 가끔 고통스럽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고민한다고 무엇을 보탤 수 있을까,그 마음은 그대로
그리고 일상의 삶에서의 나를 지키는 것도 그대로
그렇게 균형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루 하루 균형감을 갖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그러니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서
살도록 하고 마음으로 격려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침 이 그림의 제목이 new beginning이로군요.
구정으로 맞는 새로운 한 해가 모든 일이 잘되도록
이렇게 인사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참 현실성이 없는
인사같아서,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속으로 이겨내는
힘을 키우는 한 해가 되길
어려울 때 혼자 마음속으로 삭히지 말고 악 소리도
내고,다른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말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는 한 해가 되길,
내게 생긴 어려움도 나누지만 주변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눈감지 말고 힘닿는대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이 그림을 보니 제주에서 만난 바다가 생각납니다.
제겐 지난 겨울의 여행으로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장소가
가까이에 생겼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제주에 지금도 길을 만들고
지키는 일을 하는 분들에게도 올 한해 즐겁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책읽는 모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함께 한 세월
그리고 앞으로도 읽어나갈 책으로 그 안에서 서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