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요.
행여 수도가 얼까봐 여기 저기 꼭지를 좀 더 열어놓았습니다.
수도가 얼어 터지면 몇 십배의 돈이 들어가니 수도료가 조금 더 나오는게 낫습니다.

이 작은 물줄기가 끊임 없이 흐르면 수도의 물은 얼지 않는게 신기해요~.
물이 잠겨있고 다라에 물이 고여있으면 어김없이 깨지거나 금이갑니다.
아까워도 물을 흘려 내려보내는게 요즘 날씨같으면 돈 버는거랍니다.
짝퉁 조기는 꾸득 꾸득 다 말라가고 있고
토란대와 고사리 두 가지 나물은 아침에 담가놓고 불리는 중인데
긴장을 풀으니 되려 몸이 아프려 합니다.
식혜도 만들어야 하는데 엿기름만 쳐다보고 있어요.

호박고지나 고구마줄이 가지나물은 보름때나 담가 해 먹으려고
관두었습니다. (사실은 귀찮기도 하다는...)
오후에는 일산시장을 다녀왔는데
혼자 갔더라면 너무 추워 서러워 울뻔 알았어요.
운전하고 가면서 신호등에 걸려 잠시 서있는데
우리 경빈이가 제 손을 보더니 그야말로 경악을 합니다.
"엄마!~ 엄마 손이 왜그래요? 손이 아니야~할머니 손이지 엄마 손이 아니야~." 그럽니다.
그러면서 핸드크림 바르라며 내 굵은 손마디를 만지작 거리네요.
그냥 그냥 살다보니 손이 트건말건 신경안쓰고 살았는데
이 녀석이 눈물까지 글썽이더만요.
우리 경빈이 많이 컸나봐요.
이번 학비만 대주면 자기가 장학금 받을거라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툭 던지는데
왜 제가 더 뭉클해 졌을까요?

정말 그런가 다시 제가 제 손을 바라보니 심란하기도 합니다.
제가 저에 대해서는 좀 둔한가 봐요.
경빈이는 제 손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고
우리 어머님 손은 시누님들이 보면 가슴 아파하고
저는 친정어머니 손을 보며 가슴 아파하겠지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피붙이 손을 바라보며
또 가슴아파 하며 그렇게 살아가나 봅니다.
고향 가시면 어머님 손 한 번 잡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