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역사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국사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미술사와 과학의 배꼽이란
책을 함께 읽고 있는 중인데요 오늘 함께 읽던 미술사책이
마지막 르네 마그리뜨까지 다 끝났습니다.

이야기 세계미술사,동굴벽화에서 파카소까지란 소제목을
달고 있는 책인데 사실은 르네 마그리뜨가 마지막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라 누구에게나 아
하고 기억할만한 피카소를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이겠지요?
여섯명이 모여서 읽는 책이지만 한 명이 3개월간
필리핀으로 영어연수를 가서 오늘은 다섯명이 모여서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난 다음 어떤 그림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가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네의 철도,모네의 수련,칸딘스키의 즉흥,폴록의 수렴
그리고 일본 우끼요에의 대가 (화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가 그린 후지산앞의 파도를 그린 작품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림이 다 달라서 신기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제가 갖고 있는 화가들의 화집을 꺼내
(책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한 점이 나왔는데
마침 호퍼의 화집이 있었고 칸딘스키,보티첼리,미로
가우디 등을 꺼내서 돌아가면서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다음에도 그림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읽기로 하고
책을 고르는 중에 서양그림이외에도 동양그림도 함께
소개하는 책을 교재로 골랐습니다
오늘 놀랐던 것은 시립미술관에 다녀온 해린이의
반응이었는데요 그림에 관한 것을 상당히 자세하게
기억하고 제게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그동안 미술관에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엽서 한 장씩을
사서 모았는데 이제는 상당한 양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더군요.
엄마의 관심과 아이의 관심이 어울려서 이야기가 통하는
오학년 여학생이라니 참 즐겁고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우디를 읽은 자현이는 바르셀로나라는 지명을 보더니
선생님,여기는 음악 캠프가 열리는 곳이라 저도 언젠가는
캠프때문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이런 곳을 가보고 싶네요
하면서 반가워하더군요.
피아노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그 아이는 내년 혹은
내후년이면 러시아로 피아노 유학을 가게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러시아에 관한 글을 읽어보고 싶어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에게 러시아를 소개할 만한 좋은
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목요일 수업에서는 자유독서 시간을 30분정도 갖고 있는데
이 시간에 제가 그 날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가득
들고와서 늘어놓고 그 중에서 한 권 혹은 두 권 (분량이
얇은 경우) 읽게 한 다음,도판에 나온 그림이나 혹은 사진자료를
함께 보기도 하고 서로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하게 하는
중인데요,사실은 이런 식의 독서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꼭 순서대로 시대순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읽다가 보면 서로 만나게 되고 감동을 받기도 하고
수준에 넘쳐서 지루하거나 어려워서 쩔쩔매기도 하고
그것을 조금은 쉬운 책으로 다시 접근하면서 어라,그렇게
어렵던 것이 이렇게 표현하니 정말 쉽고 재미있구나
느끼기도 하는 그런 시간들,

내년에는 수요일 정도 아이들이 일찍 끝나는 날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그렇게 약간은 느슨하고 뒹글뒹글
하는 그런 기분으로 책읽기하는 시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그런 궁리를 해 본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이
반 룬의 the story of mankind 표지에 있는 작품을
척하니 알아본 순간에 공연히 저 혼자 가슴이 설레던
기억에서 비롯된 생각이기도 했지요.
아이들과 함께 읽은 미술사책에 그 그림이 나왔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그림이란 것을 알아보더군요.
확 눈에 띄는 작품도 아니고 선한 정부,악한 정부
이렇게 두 두분으로 나뉘어 그려진 르네상스시대의 그림을

그 시간의 즐거움이 제게 자극이 되어 오늘은 영어수업하러
온 아이들에게 수업을 시작하기 전 그림 한 장,혹은
그림에 관한 설명을 포함한 글을 읽어보도록 권했습니다.
일상에서 쌓인 이런 경험이 커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에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거나 그림을 보는 일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행사가 아니라 일상속에서 공기처럼
스며드는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도움이란
생각을 한 날,마치 어깨에 날개가 돋는 듯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