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숙제를 풀기 시작한 첫날이라니 도대체 그렇게 거창한 숙제란 무엇일까?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제목이 절대 아닙니다 .제겐
지난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이상합니다. 이 몸으로 하루 종일 나가 있는 것이 가능할까?
그래도 이제 막 참석하기 시작한 희은씨도 막상 공부하러 갔는데 아는 얼굴이 없으면 당황할 지도 모르고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한 2교시 외국어 공부도 함께 해야 되고, 그 다음에 정말 중요한 노래 교실이 이번 금요일의 목표인데
첫날부터 빠지기는 그렇고, 머릿속이 복잡하게 고민하다가 일단 가서 너무 견디기 힘들면 중간에 돌아오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헤라님에게 물어볼 독일어 생각은 완전히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공부 장소가 바뀐 일을 알고 그 곳을 찾아가는 도중 3명이 만나서도 제대도 지도대로 찾아가지 못해서 헤매는 활극을 벌이고
30분이 넘게 늦어서야 도착했지만 그 때부터 건축사 공부를 제대로 끝내고 (이제 어느 정도 공부의 양이 쌓이니 서로 아는 지식으로
상당한 보완이 가능한 모임이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 아침일찍 교보에 들러서 구한 great tranformation. 이 책을 조조님, 하이선님
이렇게 세 명이서 읽어와서 밥 먹는 도중 필요한 것 서로 물어보기로 정하기도 했지요.
책을 혼자 읽으려면 다른 책에 밀려서 제대로 진도를 못 나가는 경험을 모두 했던지라 이렇게 강제적인 규약을 맺어서 읽는 것으로
힘을 보태려는 일종의 독서 전략이라고 할까요?
드디어 금요일의 하일라이트 시간, 아직까지는 몸이 견딜만하더군요.
러블리걸님이 집을 외국어 공부와 노래 연습실로 제공해준 덕분에 그 곳에 가서 일단 커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저는 그 사이에 소파에 누워서 약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약간의 휴식이 몸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었고
스페인어 공부를 막 시작한 큐트폰드님에게 7과 정도를 설명해주었는데 상당히 금방 알아들어서 놀랍기도 하고 어라 기대가 되네
앞으로의 발전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노래, 사실 음악시간에 절대로 입을 벌리기 어렵던 , 시험이라고 해도 아이들 앞에서 노래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끝까지 버티다가
친구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선생님에게 사정해서 노래를 불렀던 노래에 얽힌 즐거운 경험이 거의 없던 제가 이 노래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은 큐트폰드님이 음치는 없다라고 단언해주었기 때문인데요
처음 소리를 내자 그녀의 말, ---나중에 다 끝나고---어이쿠 인투님은 정말 음치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모네의 이 그림속에 보이는 계단처럼 단지 첫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도 소리를 내는 법, 자신의 소리를 어디서 내야 하는가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하는가, 왜 노래하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동구밖 과수원길을 불렀고 누워서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각자가 혹은 여럿이서 함께 노래 불러보는 시간을 끝내고 나니 시간이 아쉽게도 빨리 지났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란 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들때문에 일찍 출발해야 하는 하트님때문에 노래 먼저, 그리고 외국어 공부순으로 진행하고 나서 옥구슬님의 중세에 대한
지극한 사랑 이야기, 큐트폰드님이 보여준 사자를 기렀던 두 남자, 그들의 두 명의 여자친구가 사자와 맺은 인연을 담은 동영상
동영상에 얽힌 감정 이야기등을 들려주어서 제겐 참 신선한 경험이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함께 내려서 늦은 시간이니 저녁을 먹고 먼 길을 가라는 그녀의 배려에 함께 밥을 먹다 보니 아무래도 몸이
이상합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앗 올 것이 오고 있구나 하고 직감을 했는데요
금요일 밤, 토요일 오전 내내 자고, 어제는 해야 할 일만 간신히 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고 나니 오늘 아침 드디어
금요일의 그 놀라운 경험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네요. 아직 몸살이 깔끔히 나은 것은 아니어서 다른 일을 할 체력은
아닌데도 이 일이 제게 준 기쁨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