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요일 역사모임이 있는 날이지만
아주 오랫만에 만나게 된 선배와 목요일 밤
새벽까지 이야기하느라 집에 와서 이런 저런 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4시를 넘긴 시간
도저히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무리라서
오전에는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유있게
보냈습니다.
수요일부터 용기를 내서 시작한 일본어 선생님에게
전화걸기
그녀에게 처음 전화를 받고 놀란 날이후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서
주저하고 또 주저하느라 시작을 못 하고 있던 일인데
그렇게 걱정만 하고 있다가는 도저히 한 발 앞으로
못 나가겠구나 싶어서 용기를 낸 것이지요.

같은 일을 두뇌가 기억할 만큼 오래 반복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목요일 함께 읽는 책을 통해서 배우고 나서는
가능하면 조금씩 나누어서 오래 무엇을 해보리라 작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로 고른 그림이지요,박서보의
스승의 날이라고 얼마전에 학부형에게서 서교호텔의
부페를 먹을 수 있는 티켓과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초대권 두 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금요일 마음 먹고 서교호텔 앞에서 켈리님을
만나서 점심 먹고 낮 시간에 그림을 보러 가고
밤에 공연에 가자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제가 시간을 잘 못 안 관계로 가보니 이미 부페가
끝나버렸네요.
앗 ,이런 낭패가 곤란했지만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고
그렇다면 다음 주 금요일에 일찍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고
서울대학교의 전시를 보러 가면 되겠다고 일정을
조절했지요.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가 수요일에 처음 합류하게 된
영어책 읽고 나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수업
말하는 것은 아직 곤란하지만 그래도 참 재미있었노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 그림은 새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 제가 고른 캘리님을
위한 그림입니다.
사실 일년 이상 여러차례에 걸쳐 권했지만 이상하게 그녀가
결심을 못하고 있어서 이제 그만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수업에 참여하라는 권유는 한 두 번 하고
나면 더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요.
그러나 수요일 수업의 경우 제게 참 의미가 큰 수업이라서
그녀에게도 처음 발을 딛기 어렵지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 참 끈질기게 여러 번 권유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난 수요일에 도서관에서 만나니 참 반가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그녀가 볼 일이 있다고 해서
각자 헤어져 나중에 만나기로 했지요.
저는 우선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지금 전시중인
서울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전시를 보았습니다.
5세기의 불상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전시가 재미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순우 선생의 고택을 사진으로 담은 것과
1930년대 처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유치원생들의
사진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신문들,그 안에 광고된 내용들
처음 열린 패션쇼에 선보인 드레스,오래 전의 국민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들고 온 양은도시락,케키 하드
그리고 입설당이라고 쓰인 케키통등
지나간 시대속으로 걸어들어가는 희안한 경험을 한 시간이었지요.
그 다음 찾아간 곳이 삼청동의 리 갤러리였는데
그 곳에서 돈황의 바람에게 묻다라는 시적인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서 여유있게 삼층까지
두 번을 돌면서 그림을 본 다음 삼층에 마련된
책상에서 이번 전시에 관한 팜플랫을 읽어 보았지요.
이 공간에 흐르는 클래식이 그 자체로는 좋은 곡이었지만
가능하면 실크로드의 음악이나 중국 음악이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도 전시회는 참 만족스러운 시간이었고
오래 전 그 곳에 갔던 기억과 다시 그 곳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곳을 나와 현대갤러리의네가지 전시를 보았는데요
그 중에서 중국의 제 1기 전위작가라는 AI WEIWEI전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습니다.

건축,도예,그림 범위를 넘나들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를 처음 알게 된 전시였는데요
중국의 미술이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구나,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두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왜 두려울까? 그것은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고
사실은 두려움을 넘기 위해서라도 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날이기도 했지요.

두가헌에서는 로뎅 작품 12점이 전시되고 있었지만
최근에 캐스팅을 다시 한 작품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재미가 덜 한 전시였습니다,그래도 그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이 두 점있어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지요.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그의 작품을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로뎅 뮤지움에 갔을 때 그 곳에서 어린이용으로
된 로뎅에 관한 책을 한 권 사들고 와서
지금도 가끔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면서 저도 한 번씩
더 읽게 되는 책이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그 곳에 간 기억이 늘 재생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한 번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엔 본 것과 들은 것이
너무 많네요.
밤에 시간이 날 때 다시 기억을 되살려 찾아보고 싶은
그림들도 더 찾아보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보면서 느꼈던 에너지도 다시 되살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