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에 상처가 나면
시. 강희창
사과에 상처가 나면 어느새 뿌리가 알아챕니다
손가락이 버진 것처럼 아픔이 이만저만 아니어서
얼마간 꼭지와 가지 사이 가래톳이 섯을 겁니다
각별히 그 한 곳을 위해 백방이 호들갑을 떠는데
잎이 마르고 가지가 야위도록 진액을 모았을 테구요
바람은 바람대로 아픈 델 호오해주며 진물 닦아주고
새벽엔 별빛 불러다 꿰매고 이슬 바르고 그러지요
온 세상이 사랑을 줄대느라 부산떨어요, 떨고 말구요
하지만 사과도 제살을 돋우려 몸부림쳐야 한다는 거
여전히 사과나무는 무슨 일이 있었냔 듯 서 있습니다
향을 잃지 않고 다 큰 홍옥紅玉을 꼭 붙들고 있네요
잘 아문 딱지 위로 볕살이 빠꼼이 내리쪼이면서
보드랍고 다스운 탈지면처럼 말이죠
* empas 느티님 그림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