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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에 만난 전시-안셀름 키퍼전

| 조회수 : 1,840 | 추천수 : 222
작성일 : 2008-04-26 12:01:52


  이번 금요일,강남에서 역사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그리고 중세의 초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점심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

페르시아전에 갈까,안젤름키퍼와 부르델전을 갈까 고심하다가

켈리님과 둘이서 광화문으로 가자는데 합의가 되어서

우선 안셀름키퍼전에 먼저 갔습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갈수록 귀한 전시를 많이 하네요.

그것도 예전에는 입장료를 받더니 어느샌가 무료로

개방을 하고 있어서 더욱 고맙게 보았습니다.

안셀름 키퍼 독일출신이란 것,언젠가 리움에서 본 그림

거의 아는 정보가 없었지만 everymonth에 올라온

artmania님의 전시장 후기를 읽고 마음이 동해서 출발한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국제 갤러리에서는 이번이 세번째 전시라고

하네요.

양치식물의 비밀이란 조금은 낯선 제목의 전시를

일층에서부터 우선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층에 가니 마침 도슨트인지 아니면 그 곳 직원인지

신원을 잘 모르는 여자분이 앉아 있네요.

설명을 부탁하자 의외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덕분에 전시된 작품을 서로 이야기나누면서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니 아래층의 전시가 조금 더 이해가 되고

아하 그래서,그렇구나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이해가

되네,그리고 내가 생각하던 의미가 맞은 것도 있고

엉뚱하게 분리해서 생각한 부분도 있네 이런 즐거움을

누리면서 일층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흡족하여 이메일 주소를 적어놓고 전시회 소식을

알려달라는 부탁까지 하게 되었지요.

토요일 아침,아무래도 그의 그림을 찾아보게 되네요.



이번 전시는 그의 최근 작품을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싸이버상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지난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도 제겐 그 이전의 작품을 만나는 일이니 오히려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광화문에 가는 길,버스속에서 자리가 없어서 선 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캘리님과

우리가 만나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제겐 자전거님과의 만남이 영어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었고 그 때도 많이 망서렸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더구나 이번에

영어로 글쓰기 시도를 하는 카페를 만들어서 매일 조금씩

글을 쓰게 된 것이 서로에게 또 다른 출발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요.

두려움때문에 발을 내딛을 수 없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상황 그대로,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만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대로 계속 하면 한 3,4년 정도

지나면 그 때 시작한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란 소리도 했었습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면

집을 제한적으로 개방하여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이야기,개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분명히 새로운 만남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힌트를 얻게 된 사연도 나누었지요.

언젠가 읽은 책에서 육십이 넘은 어떤 일본여자분이

혼자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이 사는 곳에 무슨 게임을 할 것인지

이름은 잊었지만 그 놀이를 함께 할 사람들을 위해서

어느 날 하루 집을 개방하겠노라 공고를 했지요.

그랬더니 소문이 퍼져서 그 놀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각각의 관심사에 따라 소모임을

형성하면서 그녀의 집은 일종의 아지트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후 외로움에서 시작한 그 일이 그녀의 삶을 너무

풍성하게 만들어주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자신을

고맙게 생각한다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 때 그 글을 읽고 느꼈던 신선함이 굉장히 컸었던 모양입니다.

제겐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이고 그래서 언젠가

공부하는 일이외에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런 식의

소모임도 좋겠구나 누가 먼저 손내밀면 잡아도 좋고

내스스로 그렇게 손을 내미는 것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씨앗이 마음속에서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이야기하면서 느꼈습니다.



전시장에서 현대미술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지요.

제겐 너무 낯선 세계였던 현대미술에 대해 문을 열어준

사람은 sapiludence님이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artcyclopedia를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한데요

자신이 제게 뿌린 씨앗이 얼마나 풍성하게 열매맺고

더구나 그 곳을 매일 다니면서 보는 그림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기쁜 만남을 매개했는지 모를 겁니다.

그러고 보니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은 그것이 씨앗인줄도

모르고 뿌리지만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기대이상으로

수확하게 되는 것이로구나 그것이 신비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있습니다.



어제 모임끝나고 정각심님에게서 스위스의 바젤에서

구해온 화집 하나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녀가 제게 준 메세지도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모임을 알게 된 것,고맙노라고요

덕분에 집에 들어오는 지하철속에서 새롭고 흥미있는

현대미술에 접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전시회소식을 읽고 전시회에 가는 일,그것이 촉발한

생각의 꼬리에 꼬리가 물려서 사람의 마음이 일으키는

신비에 대해 자꾸 생각을 하게 되는 아름다운 토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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