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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강의 (9) 2차대전 이후의 미국미술-잭슨 폴락

| 조회수 : 1,687 | 추천수 : 65
작성일 : 2007-11-08 00:19:30


  요즘 한국 근대사 공부하면서 과연 미국은 우리의 우방인가

그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아니,이것을 이제야 고민하는가 의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민을 처음 한 것은 아니고 실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면서

아하,그래서 80년대 대학생들의 반미감정이 폭발했구나

그런데 자세한 사연은 일반인들에게 참 많이 가려졌었구나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미술사 강의를 요약하면서 웬 반미타령인가 하면

다른 나라들은 전쟁으로 인해 인명피해도 많고

나라 자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는 것에 비해

미국은 나라가 전쟁터가 된 것도 아니고

참전을 통해서 변방에서 강대국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변방에서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일이 어째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어제 강의듣고 와서 집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되새김질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어라 하는 순간

글이 날라가서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폴락에 관한 글을 다시 정리할 수 있을까?

아마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쓰기 어렵겠지 하고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도서관에서 오인순씨로부터 선물받은

세계 명화의 비밀을 들추어보니 그 중 한 장이

폴락의 가을의 리듬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중에 들은 이야기,그것보다 더 디테일이 살아있는

글들도 있어서 낮시간의 날라가버린 글이

다시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지요.

그렇다면 선물에 답하는 마음으로 다시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수요일 낮시간

다른 일을 젖히고 컴퓨터앞에 앉았습니다.


일차대전이 일어나고 나서 유럽인이 겪은 정신적인 공황이

미술에서도 다다로 나타났다는 것,그리고 다다 이후에

초현실주의운동이 크게 일어났다는 것은 지난 시간까지의

강의에서 들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번 강의 역시 시작은 거기서부터

아니,그 이전 칸딘스키의 추상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칸딘스키의 추상,몬드리안의 추상과는 달리

클레와 칸딘스키는 따뜻한 추상,혹은 서정적인 추상작업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칸딘스키는 러시아 혁명이 성공한 이후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갑니다.그곳에서 혁명이후의

정부와 더불어 미술작업을 하지만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독일에 와서 바우하우스의 교수가 되지요.

그곳에서 몬드리안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는 기하추상쪽으로 기울게 되더군요.

바우하우스는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면서 퇴폐적인 곳이란

이유로 탄압을 받고 그 곳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이 나라 저 나라로 망명을 떠나는데요

그 중 몬드리안은 미국으로

그리고 초현실주의자인 막스 에른스트도 미국으로 가더군요.

미국은 그 당시만 해도 문화의 변방이어서

사실주의적인 그림이 우세한 시대였는데

그 이전 뒤샹의 그림이 전시되었던 아모리 쇼로 인한

충격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던

시절에 그 곳에 온 초현실주의자들,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과의 접촉으로 크게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하네요.

그런 운동의 선두에 잭슨 폴락이 있습니다.

물론 잭슨 폴락 한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빌렘 드 쿠닝,그리고 동양의

서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프란츠 클라인도 있지요.

조금 지나서 색면 추상화를 선보이는 아주 많은 화가들이

등장하여 어제 수업은 사실 과포화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색면 추상화가들만 해도 정말 제대로 조망하면 좋은

화가들이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다루고 싶은 화가는 많아서인지 강사는 나중에는

그냥 한 두 점의 그림만 보여주고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

넘어가는 형태라서 차라리 폴락과 드 쿠닝만 집중적으로

보았더라면 좋았을까? 혼자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일반적인 강의 이후에 그렇게 집중적인

코스를 개발하는 일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그 때

아쉬움을 덜게 되겠지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어제 강의내용을 다시 반추하면서 그 시기의 미술을

다시 보려고 합니다.

미국역사는 유럽의 역사에 비해서 짧고 그런 점에서

화가들에게 가하는 전통의 압력도 적었겠지요?

그런 점이 새로운 사조가 밀려왔을 때 압력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폭발적인 힘을 주는 것이란 점에서

한 가지 양상에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된 미국인들중에서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유럽이 전쟁으로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오히려 컬렉션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고 하더군요.

히틀러가 싫어하는 작품들은 미국으로 많이 유출되어

켈렉터들에겐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

폴락이란 제목의 영화에서도 보이듯이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운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인 페기 구겐하임의 경우에도

현대미술을 많이 사들이더군요.

1929년에 우리가 알고 있는 MOMA미술관이

그리고 1959년에는 솔로몬 구겐하임이 미술관을 세우고

그들이 수집했던 작품들이 특히 당대의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고 하네요.

그런 것들도 역시 유럽미술가들과의 직접적인 만남 못지

않게 화가들을 자극한 요소가 되었겠지요?


전후 미국미술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한 폴락이

처음부터 액션 페인팅을 시도한 것은 물론 아니지요.



1930년에 미술을 처음 시작한 그는 그의 스승에게서

재능이 없는 녀석이란 평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는 스승에게서 리듬을 중시하라는 좋은 교훈을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처음 시도한 그의 액션 페인팅에서는

리듬감이 잘 살아있다는 평을 받는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초기 작품을 보면 리듬감보다는 뭔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강한 표현에의 의지가 더 느껴집니다.



그는 사실 알콜릭이라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는데

그 때 정신치료과정에서 융의 집단 무의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고요

그가 자란 지역에서 인디언들의 모래그림을 알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미국 북서부에 사는 인디언들이 일종의 제사의식으로 치루는

모래그림이 접신과정에서 지도자가 느끼는 감정을

막대기로 그리거나 기호를 받아쓰는 것을 통해

육체속으로 절대정신이 들어와서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신들린 무당들의 접신과정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그런 과정이 투우사가 투우장에서 소를 앞에 두고

자신을 절대적으로 던지는 것,실존주의자들이

인생이란 존재앞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서 행위하는 것과도

유사한 행위라고 받아들인 화가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들으면서 아하 그래서 이렇게 다시

철학이 당대의 미술과 만나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미술에 녹아들어가는 것이네 하고 고개끄덕이기도

했지요.





지금까지 본 그의 작품들은 드리핑 기법으로 알려진

그의 그림이전에 그려진 작품들입니다.

그는 이 시기에 그보다 먼저 알려진 화가 리 크리스너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합니다.

그녀는 사실 먼저 추상을 시도했던 능력있는 화가였는데

결혼생활 내내 그를 보살피느라 자신의 그림은 뒷전이

되더군요.

그가 죽고 나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여성 화가들을 조망하면서 다시

알려진 화가,그녀의 일생에 대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그림을 찾아서 보는 중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그녀도 폴락의 변화처럼 액션 페인팅의 단계를

밟기도 하는데 그녀의 그림을 본 어떤 평론가가

그림이 남성에 의한 작품인줄 알았다,여자가 이런 스케일의

그림을 그리다니 놀랍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었습니다.

씁쓸한 말이지요?

어제 밤 보람이가 제게 물어보더군요.

페미니즘의 도전이란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하는데

사실 자신은 여성이 차별받고 사는가,여자와 남자를

대할 때 자신의 어투나 태도가 달라지는가 잘 모르겠다고

그러니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 하고요

그래서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실감을 못하는 표정이라

조금 더 생각해보자 하고 아침에 신문기사에 난

두 글을 보여주면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그런 대화를 하고 나서일까요?

폴락의 결혼,그리고 작업하기 좋은 환경으로의 이주

그리고 그곳에서 안정을 얻은 그가 헛간에서 작업하던 중

물감통에서 물감을 흘리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쓰려고 하다보니 오래 전 폴락이란 영화를 보면서 느끼던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생각나면서 영화속에서 애드 해리스가

바닥에 눕힌 캔버스안으로 들어가서 물감을 이리저리

흘리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그는 그림만 그리고 나머지는 다 부인이 조절을 하더군요.

평론가를 상대하는 것,그림이 팔리도록 작업하는 것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그의 심리적인 면의 안정까지

헤아리는 것,그러고보면 한 화가가 자신의 작업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누군가가 뒤에서 희생하는 것의 그림자란

얼마나 큰 것인가 하고요.



이 그림은 1946년 작품이네요,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소리내어 읽어봅니다.sound in grass라니



1947년은 미국미술사에서 신기원이 되는 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그 해에 비평가 로젠버그에 의해서 액션 페인팅이란 명칭이 붙은 폴락의 그림이 탄생했다고요.

The splattered paint effect is the epitome of the Action painting movement, and remains the butt of many jokes. Pollock would lay these large canvases on the floor and literally immerse himself in the paint.

커다란 캔버스를 헛간에 눕혀놓고 그 안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물감통을 들고 뿌리고 다니는 행위를 통해 처음으로

화가의 신체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드리핑 기법을 통해서 물감의 자발성도 문제시된 해라고

하네요.

그 이전에 화가가 캔버스내에서 구성을 통해 화면을 통제했다면

물감뿌리기 기법에서는 모네 수련연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all over composition (캔버스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으로

나가듯이 폴락의 경우도 그런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뿌리는 행위를 통해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폴락은

내게 그림은 자유란 말을 하기도 했더군요.

온 몸으로 그린다는 것은 50년대말의 happening의 원조로

폴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강사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폴락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서 전시한 곳에

간 날,커다란 캔버스에서 뿜어내는 느낌에 압도당했다고

그렇게 전제를 하면서 시작한 강사의 강의에서

그녀는 우리가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폴락을 느끼기

어렵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은 물론 폴락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형 캔버스에 작업을 한 경우는 더욱 대비가 되는지도

모르지요.

모나리자 스마일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미술사 강사로 나오는 영화인데

그 영화에서도 그녀가 학생들을 데리고 폴락의 그림을

보여주러 가는 장면이 제겐 참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가을의 리듬이란 제목의 작품인데요

마침 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사진작가가 찍어놓은 것이

있어서 검사를 통해 폴락의 작품 진행과정을 알 수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아지경에서 물감을 뿌린 것이

아니라,처음에는 사람형태라고 알아 볼 수 있는 선을 그리고

그 다음에 여러 번 물감을 뿌리면서 형태를 지워나간 것이라고요

화가가 얼마나 그 과정을 통제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반한 폴락의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인데요

퐁피두 센터에서 이 그림앞에서 전율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살아있을 때에도 화가에 대한 선호도가 확 갈린 사람이지만

사후에도 평가가 참 많이 엇갈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역시 그가 미국 미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어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일화를 남긴 화가이기도 합니다.

사실 화요일 강의는 폴락이외에도 너무 많은 화가가

언급되었지만 폴락이 가장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어졌고

다른 화가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껴묻어서 한 두 점 그림보는 것은 내키지 않아서

시간을 내어 조금 더 찬찬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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