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노래 / 김재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 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풀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선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있는 것들도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 속절없이 가는 세월 누가 막을손가....
시간이..하루가...한달이...
이리 빨리 지나갈 수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저녁시간입니다.
또 머지않아 한해를 보내는 나를
미리 상상해 보며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가을 만났습니다.
하늘이 잠깐 열린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