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 문장이 있습니다.
제겐 그런 저자중의 한 명이 바로 반 룬인데요
오늘 오전 그의 예술사 이야기를 원서로 읽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수업이 있지요.
물론 영어로 의사표현을 다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만나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멤버들이라
어하면 아하고 이해하게 되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하고
나오는 길,비가 내립니다.
이상하게 비가 오는 날은 밖에서는 불편하지만
집안에 들어오면 빗소리와 더불어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엉뚱한 일을 하게 되네요.
artcyclopedia를 클릭했을 때는 어제 마무리못한
점묘화를 수용한 화가들의 그림을 찾아서 보아야지 했는데
역시 피사로를 클릭한 순간
그의 따뜻한 그림에 시선이 끌려서
그냥 그의 그림들을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수다중인 두 여자를 보니
오전에 반 룬 다음에 할 책을 시작도 못하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 이런 저런 이야기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그것도 좋다는
생각을 했었지요.살아가는 이야기,그 속에서 느끼는
갈등,혹은 한 발 앞으로 나가기 위한 노력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두 사람덕분에 저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새롭기도 하고요.

인상주의 화가들과 어울려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전시도 많이 한 화가 피사로,그러나 그는 나이가
조금 더 많았습니다.
그림이 혁신적인 면은 덜하지만 참 따뜻한 색감을
보여주지요.무엇보다도 그는 마음좋은 맏 형 노릇을 했다고요
특히 세잔에겐 잊을 수 없는 스승,아버지,혹은 신같은
그런 존재였다고 하네요.,세잔의 글에서 그 구절을 읽으면서
신같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기차가 등장하면서 여러 화가들의 그림에
철도,혹은 철도역,철로가 등장하지요.
지금의 우리 눈에는 그저 그런 것이라 해도
그 시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그러면 마술처럼
그 장면이 새롭게 보이겠지요?

요즘 이런 저런 모임에서 다양한 시기의 글을 읽다보니
일주일 동안 얼마나 다양한 이동을 하고 있는지 몰라요.
어느 날은 로마의 역사를 읽다가
어느 날은 신라사를 읽기도 하고
다른 날은 르네상스속으로,혹은 스페인의 무어인들
이야기를 읽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것이 혼란이 아니라 그 나름의 재미와
어느 순간 아하 이렇게 연결이 되는군 하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즐거움도 주네요.

모네의 정원이 즐기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피사로는 실제로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 상태에서
생활고를 겪어서 정원에 필요한 채소를 길러서
집에서 반찬으로 썼다고 하네요.
그 글을 읽고 나니 그의 정원그림에 주목하게 되고
정말 그렇구나 하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한참 바라보다가
음악이 빠지면 곤란하다 싶어서 음악을 찾아서
소리와 함께 바라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정물화만 따로 모아서 화가들의 개성을 느끼면서
비교 감상을 하는 것도 좋겠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요즘 everymonth에는 버지니아에서 삼년 살게된
클레어님이 주변 산책길을 사진으로 올려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바라보곤 하는데요
이 그림을 보니 사진속의 버지니아가 생각나는군요.

19세기 후반에 철도와 증기선이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이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그리고 엠피 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지요.
그것을 어떻게 우리 삶에 순기능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갈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겠지만
가끔 내미는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일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럴 수 있으려면 우리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요?

당시의 극장가를 그린 모양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제가 잡은 손으로 인해서
(올 한해 줄기차게 everymonth의 켈리님을 따라서
혹은 함께 금요일마다 연주회,오페라,뮤지컬등을 보고
있는 중인데요 그것이 제 삶에 가져온 변화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랍거든요)
제 인생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확장되었나,
얼마나 깊어졌나
그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네요.

마음속의 금을 지울 수만 있다면
나는 이래서,나는 저래서 하는 판단하는 마음만 지울 수 있다면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금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 자체로 인생의 빛깔이 달라진다는 것
피사로의 그림을 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