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문방구에 가서 고르고 골라서
마음에 쏙 드는 노트 한 권을 샀습니다.
노트 한 권 산 것이 무슨 뉴스라고 호들갑을 떠느냐고요?
물론 제겐 뉴스입니다.
그 노트에 적은 첫 마디 all about SPAIN
최정동의 로마제국에 가다에서 우선 스페인에 관한 글부터
다시 읽으면서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에 읽을 때는 그 곳에 간다는 가능성을 아직
상정하지 못한 때라서 그저 지식으로 읽었지만
이번에는 여행계획을 세우고
고민고민하다가 여행 날짜를 확정하고
여행사에 여권의 영문이름 기록을 보내고
이렇게 일이 조금 진척된 상황에서 다시 보는 책이라
하나 하나 새롭네요.
마드리드로부터 시작한 저자의 스페인 여행은
물론 로마제국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라
제가 생각하는 코스와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사실은 저도 역사속의 스페인에 대해선 잘 모르고
그저 벨라스케즈의 나라,고야의 나라
피카소,그리고 후앙 미로,가우디의 나라
아,그러고보니 예술가 일색이로군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세르반테스의 나리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에서 본 나라
그 정도의 상식으로 출발을 합니다.
마드리드의 여주인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스페인기행에서
처음 만난 마드리드의 여주인은 바로 고야의 마하였습니다.


저자는 이 그림앞에서 말문이 막힌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그림은 역시 원화를 보지 않고서는 무어라 말 할 수 없다는
감상을 말하더군요.
사진으로 보여주는 박물관 외부에 고야의 동상과'
그 발치에 바로 옷벗은 마야의 조각이 있네요.
이 그림으로 그는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글을 읽으니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에 쏟아지던 비난과
올랭피아의 수난이 생각이 납니다.
올랭피아가 지금은 오르세 미술관이 자랑하는 그림중에
손가락에 꼽히는 것과 고야의 마야가 세계에서
몰려드는 미술 애호가의 발길을 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지요?
지금 인터넷상에서 프라도 미술관에 들어와 있는데
화가별로 그림을 정리해서 볼 수 있게 해놓았네요.
이런 세상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꿈만 같군요.
미리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무슨 그림을 꼭 보고 올 것인지
정할 수 있다니 ..

한동안 손도 못 대고 있던 카메라,오늘 드디어
꺼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정발산까지 버스타고 가서 그 곳에서 땀내면서 걷다가
사진을 몇 장 손푸는 의미에서 찍고
높은 곳의 벤치에서 메고 간 베낭을 내려
세잔에 관한 글 한 꼭지 읽고 내려오는 길
이제 새로운 시작이구나 하는 감흥이 생기더군요.


스페인하면 또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 곳에서 로마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출발한 한니발
한니발을 자마전투에서 이긴 스키피오
그 이후 이 곳을 거점으로 삼아서 히스파니아 속주로
삼는 로마제국
이렇게 이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족이 로마제국의 힘이 다한 후에
이 곳에 점령군으로 왔고 그 이후에 이슬람의 세력이 왔으며
그들이 남긴 문화가 이곳을 다른 유럽과는 다른 곳으로
물들였다고요.
그 이후 레콩키스타 운동으로 이곳은 카톨릭세력이
아주 강한 곳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마녀재판이나
종교재판의 회오리가 몰아닥치는 곳이 되기도 하고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비록 제노바출신이지만
이 곳에서 후원을 얻어 출발하는 바람에 신대륙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 나라
그러나 그 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
좋은 일만 시키고 사실은 속빈 강정이 되는 나라
힘이 약해져서 이제는 프랑스의 침략을 받게 되어
저항군을 조직하여 싸우다가 총살당하는 남자가
마치 예수의 이미지처럼 팔을 벌리고 총앞에 서 있는
모습의 그림이 나오게 되는 시기도 맞게 됩니다.

,여행지를 고르면서 설레는 시간,확정이 되고 나면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는 시간,막상 그 곳에 가서 제대로 보는 시간
돌아와서 한동안 그 추억으로 after를 하면서
그 전에 못 보던 것을 보게 되는 신기함으로
눈반짝이는 시간들,
노트에 가득 쌓일 이야기들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