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아주머니가 집안일을 도우러 오시는 날입니다.
승태가 시험끝나고 와서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길래
그렇다면 한약때문에 밀가루를 못 먹게 된 나는 오전수업
끝나고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일행과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들어오니
미리 집에 와 있던 승태가 아주머니가 아직 오시지 않아서
배가 고픈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네요.
연락을 드려보니 아파서 도저히 오실 수 없는 상태라고요.
그 때부터 비상이 걸려서 점심 준비,설겆이,그리고
여름이라 자주 빨아야 하는 수건이랑 통에 담긴 빨래
모아서 세탁기를 돌리는 일등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고
나니 오후에 도서관에 다시 나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빠듯합니다.
존재는 부재를 통해서 증명한다느 말을 오늘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평소에 오셔서 메워주신 틈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한 날,밤에 들어와서는 다시 빨래를 걷고 널고 하는 일을
보람이랑 함께 하고 나니 벌써 열두시가 넘어가네요.
더구나 내일 시험인 아이들이 많아서 오늘은 정말
짬이 없었던 날이기도 하고,도덕교과서가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을 돕다보니
막 화가 나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이기호발설,이통기국론
이런 식의 낱말 풀이조차도 어려운 개념들이 한 교과서안에
셀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어떤 아이들이 도덕을
즐겁게 배울 수 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 날이었거든요.
경학,훈고학,고증학,실학,
위정척사론,교종,선종,제가백가,
낱말 풀이자체가 선행되어야 하는 수업을 하면서
공부가 놀이이고 놀이가 공부인 세상을 꿈꾸는 것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본 날이기도 했지요.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보려고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검색하고 있는 중인데 오늘 처음 검색한 이름은
Albert Bartholome입니다,
오르세 미술관 전시에서 실물크기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여자가 살짝 열린 문사이로 우리를 향해서 서 있는 장면의
그림이 전시가 되었었고 참 인상적인 그림이라
찾아서 더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 그림은 올라와 있지 않고
대신 이 그림을 만났습니다.
그 다음 보고 있는 화가는 앙리 팡틴 라투르인데요
그의 그림은 상당히 많아서 무엇을 먼저 볼까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정도로군요.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실 순 없으나 기분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 고른 그림입니다.

이 화가가 그린 꽃그림이 너무 많아서 언제 마음이
울적한 날,혹은 비오는 날 기억했다가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당대에 화가가 함께 교류했던 사람들의 모임일까요?
아니면? 궁금증이 생기는 그림이네요.
그런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아쉽습니다.이럴 때
친절한 가이드가 있으면 하는 바램이 절로 생기는 밤이로군요.

로버트 슈만에게란 제목의 그림이네요.
음악과 회화의 상관성이란 관점에서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은
칸딘스키와 클레,그리고 몬드리안에 이르러서인데 (제
경우에) 이렇게 슈만에게란 제목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슬며시 흥미가 생겨나는군요,.



그가 그린 마네입니다.
여기서 마네가 그린 다른 화가를 찾아보기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그림보는 일은
이것으로 접어야 할 것 같네요.
새로 보기 시작한 일본드라마,신선조 혹은 신센구미
1864년 구로후네 (흑선)가 나타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에도 막부 말기의 일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강화도에 일본배가 나타나기 약 십이년 전에
일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의 근대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인물 사카모토 료마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시기적으로 더 근대에 가까워서 그런지 고풍이 지나친
일본어가 많이 줄어서 귀도 즐겁고
일본의 인기있는 배우들이 거의 총출동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낯익은 배우들,혹은 낯설지만 연기로
눈길을 끄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에도 막부시대를 다루면서도 뭔가 좀 경쾌한 기분이 드는
기획도 신선해서 일본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권할 만한 드라마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이 드라마 보기 시작하면서 일본사의 이 시기를 다시 읽고
있는데 글을 먼저 읽는 것이 드라마에 몰입해서 이해하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되어서 신기합니다.
먼저 드라마를 보고 글을 읽는 방법,글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방법,둘 다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일본사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 즐거움도 함께 누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곷의 향연을 뚫고 그냥 나가기 아쉬워서 골라본 그림들
아무래도 내일 한 번 더 자세히 보아야 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