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승태가 기말고사를 봅니다.
지난 일요일 난생 처음으로 아침 일찍 (실제로 일찍이
아니라 승태입장에서는 )깨워달라고 하더니
스스로 책상에 앉은 놀라운 일요일을 보내고
어제는 제가 먼저 잠드는 사태가 발생한 참으로
신기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결과와는 무관하게 마음이 참 평온한 아침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침 화요일 강의도 종강을 했고
그동안 이상하게 어려워서 헤매던 피아노 악보가 순조롭게
손에 익어가는 기분에 아침 연습도 만족할만큼 하고 나니
엄마 소리지르면서 아이가 들어오기 전의 짬에
조용한 시간,그림을 보고 싶어서 브람스 곡 하나 틀어놓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늘 고른 화가는 르노와르인데요
오르세 미술관 전시에 나온 세 점의 초상화가 제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처음 만난 화가는 알프레드 시슬리의 초상이네요.
시슬리의 그림도 한 점 전시되었는데
그가 동네에 홍수가 났을 때의 광경을 그린 것입니다.
보통 홍수가 나면 그것을 그린다는 것은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모네가 죽은 아내의 얼굴을 그린 것처럼
화가는 그 상황에서 그리고 싶은 욕구를 발견하는
그래서 일상인과는 다른 정서가 있는 것일까 하고
함께 자리한 사람끼리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스튜디오안의 모네그림,이 작품은 이번 전시장에서 본 것이네요.
르노와르와 모네는 상당히 친밀하게 지냈고
모네가 어려울 때 음식을 보내주기도 한 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르노와르는 모네와 그의 아내를 그림으로
상당히 여러 점 남겨놓은 것 같네요.

정물화 한 점 보고 갑니다.

당시 유명한 여배우인 모양인데 발음이 어렵네요.
영어책을 읽다보면 불어를 읽어야 할 상황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중이라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오늘부터 보람이가 불어를 배우러 나갔습니다.
한 달 정도 배우고 나면 제게도 가르쳐줄 수 있는 역량이
생기길 기대해야 될까요?

모네 부인 까미유인데요 시기적으로 보면 아플 때라 그럴까요?
이상하게 눈에 슬픔이 가득한 기분이네요.

처음 나온 시슬리, 이번에는 부부를 그린 것이로군요.
이름으로 보면 그는 프랑스인이 아닌데
영국출신으로 그림이 좋아서 프랑스에서 계속 살았다고 하네요

양파를 소재로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놀랍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군요. 이럴 때 세상이 얼마나 변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 신이나 영웅,신화속의 존재,성서속의 인물이
주로 그림의 대상이 되다가 이제 일상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기
힘든 그런 대상이 당당히 그림안에 등장한 ..


이번 전시장에서 가장 의외인 것은 드가의 그림
만나리라고 예상도 못한 그림이 왔었던 것인데요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발레의 만남을 보여준 그림,구성도 특이하고
뭔가 이상하지만 마음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연주회나 극장,발레등에 사람들이 자주 갔었을 광경을
상상해보게 되네요.

인상파 화가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면서
도시 풍경을 기록으로 남긴 화가들이기도 합니다.
화가마다 무엇을 중점으로 그렸는가는 다르지만
그들 각자가 보여주는 소재속에서 변화된 삶을 추적해보는 것도
그림보는 재미중의 하나가 되네요.


두 점 다 르노와르가 그린 모네입니다.
아래 그림이 참 좋네요.

이번에 온 그림입니다.이젤앞의 바지유를 그린 것인데
그가 입은 옷이 손에 만져질 것 같은 느낌에 놀랐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마지막 두 그림을 보고 나니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