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스페인 여행을 하고 돌아온 도서관의 김미현씨
제게 피카소 미술관에서 구한 피카소의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컵 하나 선물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그 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
어제는 3권의 작은 소책자를 빌려주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구한 가이드 북이라고 하는데
두 권이 고야,그리고 나머지 한 권이 벨라스케즈였습니다.
아니,이왕이면 제대로 된 책을 구하지 그랬어요?
아이들이 있어서 서두르는 바람에 이 것밖에 못 구했노라고
하네요.
그래도 제 손에는 멀리서 (가고 싶은 곳이라 마음에 품고
있는 곳에서) 날아온 귀한 책이 쥐어진 셈이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벨라스케즈 먼저 읽었습니다.
소책자라곤 하지만 간단한 설명속에 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었지요.
더구나 어제 오인순씨가
서울의 도서관에서 빌려다 준
종이의 음모,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구한 책 남한산성과 다른 한 권 제목이 가물가물한 책인데
기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글 이렇게 배부른 선물도
역시 받았습니다.
목요일,늘 풍성한 선물에 마음이 흘러넘치는 날인데
어제는 수업하러 가서
잠깐 할 말이 있노라고 논어 책을 구한 이야기
그것을 집에서 혼자 읽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영어책읽기와 한국 책 읽기 사이에 한 십분 정도 함께
읽어보면 어떻겠는가 의견을 제시했더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면서 일교시,이교시,삼교시
이런 식으로 학교가 되는 셈이라고 놀리더니
그래도 읽어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오래도록 한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깊이 느낀 날이었지요.

지난 번에 빌려온 디브이디
오늘 아침 잠이 완전히 깬 다음 다시 틀어놓으니
거기서도 벨라스케즈가 나오네요.
아하,오늘 아침 시작은 벨라스케즈로 이렇게 작정을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침 어제 스크랩 해 놓은 랑랑의 연주를 틀어놓고
흥겨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그렇게 흥겹게 치는
피아니스트가 드문지라) 보는 벨라스케즈입니다.

벨라스케즈가 두 번에 걸쳐서 이탈리아 여행을 합니다.
당시 모든 화가들의 꿈의 도시가 바로 로마였겠지요?
그 때 그린 그림들이 여러 점 있더군요.
아마 이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메디치 가문의
별장이라고 하네요.
저는 위쪽 그림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벨라스케즈하면 떠오르는 생각의 처음
그가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로서 많은 초상화를 남긴 화가란
것이지만 사실 그는 궁정귀족들 이외에도 인상깊은
초상화를 여러 점 남겼고
성경의 장면을 잡은 그림들,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도 여러 점 남겼습니다.
그가 스페인이외의 지역에 늦게 알려진 것은
스페인이 17세기이후 유럽에서 차차 고립되어 가고 있었던
점,그리고 그의 그림이 주로 왕실에 보관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보여질 기회가 드물었다는 것도 있었다고 하네요.
프라도 미술관에 19세기 초반에 소장되기 시작한 그의
그림이 영향력을 늦게 발휘한 것은 당시의 취향이
낭만주의 그림에 경도되어서 아무래도 그림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적었다고요.
그러다가 낭만주의의 흐름이 한 풀 꺽이고 나자
벨라스케즈는 새롭게 부상하는 화가가 되었는데
특히 마네가 스페인 여행에서 벨라스케즈를 발견한 것은
대단한 만남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벨라스케즈를 처음 만난 것이 DK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책에서였는데요
그 때 처음 발견한 화가의 그림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책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좋은 책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너무 부럽더군요.
이제는 한국에도 다양한 그림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관심만 있다면 언제라도 그림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니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서 관심을 어떻게
불러 일으킬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군요.

이 그림은 화가가 누군지 몰라도 아하,본 적이 있네
하는 반응이 많이 예상되는 그림이지요.
거울앞의 비너스
화가들이 그림에 거울은 소품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거울이 단순히 대상을 비춘다는 것을 넘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the spinners인데요
앞쪽에는 실잣는 여인들을 뒷쪽에는 아라크네이야기를
배치해놓은 구조네요.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다가 거미가 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지요?
바로 그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인데요
마르시아스가 악기연주솜씨를 아폴론과 겨루다가
살갗이 벗겨지는 이야기와 더불어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그림은 아폴로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일부러
찾아가서 그의 아내 비너스와 마르스사이의 부정행위를
일러바치는 장면이라고 하네요.
가이드북의 저자는 이 그림에서 화가는 예술과 기술의
차이중에서 예술이 한 수 위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런가? 완전히 수긍하긴
어딘가 미심쩍은 점이 있어서 더 고민해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기도 하네요.

당시 스페인 궁정에는 많은 난쟁이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궁정 화가를 오래해서 그런지 벨라스케즈의 그림에는
난쟁이를 모델로 그린 그림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제 눈엔 이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어서 골라보았습니다.

시녀들이란 제목의 벨라스케즈 최대 걸작이라고 알려진
그 그림에서 어린 공주로 나온 마르가리타가 조금
더 자란 뒤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로 결혼해서 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여러 점 있더군요.
사진기가 없었던 당시 화가가 그린 초상화는
결혼하기 전 상대방에게 전해져서 일종의 맞선을 위한
보조수단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 그림은 프라도에 있지만 빈미술사 박물관에 벨라스케즈의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식으로
그림이 보내졌기 때문이라고요.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시녀들에서 보여지는 그의 자화상도 그렇지만
이 그림에서도 화가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공상하게 만드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의 그림이 하도 많아서 이렇게 앉아서 하염없이 보다가는
금요일 오전이 다 지나버릴 것 같은 위험한 예감이 들어서
오늘은 이것으로 족하다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