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책에서 처음 보고 무작정 좋아하게 된 화가중의
한 명이 로베르 들로니입니다.
어제 클레에 관한 글을 읽다가 그가 들로니의 그림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어떤 그림의 경우에는 모티브를
거의 따와서 자기 나름으로 소화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도 몇 점 있더군요.
일요일 아침,오랫만에 느긋하게 피아노 연습을 오래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서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브람스를 켜놓고요.

그가 칸딘스키와 마케에게보낸 편지에서 보니
그림에 있어서의 빛의 중요성,색이 움직임을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그림을 그리기 전에 미리 규정하고 제한되는 것이
무섭다,그림이 그 자체로 자발성과 동시성을 형성하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씌여 있네요.

들로니가 활동했던 당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비행의 역사가 새로 씌여지는 시기였다고 해요.
비행기로 표상되는 과학의 발전,기술의 발전에 경도된''
사람들이 미래주의란 기치를 내걸고 기계가 주는 속도감에
경의를 표한 사람들도 있고 들로니처럼 당시에 비행에 성공한
사람인 블레리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의 그림을
그린 사람도 있었고 클레처럼 아버지가 백방으로수소문해서
군대에 가지 않도록 (그 옛날에도 이런 일이) 손을 쓰자
클레가 간 곳이 비행학교였다고요.
그 곳에서 그린 그림을 보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느낌의
그림들이 여러 장 있기도 하더군요.
자료를 제대로 찾기가 어려워서 함께 보지는 못하지만
그런 시대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브람스연주에서 악기가 서로 주고 받는 화음이 기분을
돋우는 아침입니다.
들로니의 에펠탑 그림을 위한 습작을 보고 있으니
한 그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그림들이
남아 있으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좋으려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들,들로니,마케,마르크.칸딘스키,
클레,그들이 주고 받은 우정을 글에서 만나면서
우리들 인생에서 그렇게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을
만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일요일
오전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