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어머님의 눈물

| 조회수 : 1,929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7-03-26 08:26:13
가깝고도 먼사이~ 멀고도 가까운 사이~

허물없이 벽을 깨자면 한 없이 깨지는 사이
벽을 두자면 정말 얼마 만큼의 두께까지 갈지 모르는 두껍고도 먼 사이

그 이름을 며느리와 시어머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열무를 다듬으며 어머님과 저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난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지다보면
가끔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들 로서
녹록지 못한 살아온 각자 삶을 이야기 합니다.




나는 내 설움을 남편에 대한 불만을...
어머님은 15살 고운 나이에 시집와
매운 시집살이와 성질 급하셨던 아버님의 시집살이를 이야기 하십니다.

그러다 보면
여자대 여자로 돌아와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머님도 그러신가 봐요.

너무 허물없이 이야기 하다가...
아..맞다 그래도 시어머니신데 서운 하시겠다~ 하는 생각이 들라치면
깜짝 놀라 말을 멈추기도 하지요.
조금 심했다 싶을 때는

" 어머니~ 제가 너무 편하게 이야기해서 조금 서운하시겠어요~ 서운하시죠?"

" 뭐가 서운허냐? 나도 너에게 좋다 싫다 다 말하는데 서로 편하니까 이야기 하지 않겠냐?"

" 그래도 아범 흉을 너무 많이 보면 서운하잖아요~. 나 속상하고 내 힘든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말예요~
  그래도 어머니에겐 아들이잖아요~."

" 우리는 항상 그러잖냐? 속상하다 힘들다 다 이야기 하잖냐?."

" 그래도 서운하실 때 많을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속상하다 힘들다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래도 제가 양심은 있나 봅니다.

" 내가 앗싸리 이야기 하잖냐? 너랑 병원가는데 아범보다 더 편하다 안하더냐?."

"죄송해요~ 어머니 이해해 주세요~."

그러시며 이야기 끝에
당신 설움에 속이 상할라치면 아무 힘없이  누워 계신 아버님을 향해
옛날에 내가 이러고 저러고 살았는데
당신이 그거나 알고 이렇게 누워 있느냐며
막~퍼부으신다고 합니다.
그리곤 우신대요.

혹시나 제형이나 들어올까봐 길게 울지도 못했다며 울먹이시더라구요.

막 퍼붓고 나면 아버님이 그러신대요.
그것도 한참을 생각 하시다가

"알지~내가 왜 몰라~,"
"알긴 뭘 아냐고~ 젊었을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끝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냐."

그러시곤 이내 후회 하신다네요.
아버지가 불쌍해서 말이죠.
참 여자란...

지금처럼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지우는 시절도 아닌
옛날에는 누가 뭐라 할까봐 집에서 혼자 아이를 지우고
피 펑펑 흘려가며 밭에서 일하셨다며...
그런줄도 모르던 남편(시아버님은) 친구네 마실 갔다 늦게 왔다며
그 서러운 시절이 한이 되셨는지

두 눈에서 또르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에이~

손은 일을 하시지만
마음은 복받치는 지난 설움에 친정언니나 친정어머님이 옆에 계셨더라면
정말 목 놓아 우실것 같았어요.

며느리 앞이라 눈물을 꿀꺽 끌꺽 삼키는 것 같았어요.
미쳐 삼키지 못한 눈물이
어머님 두 볼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못 본척 저는 계속 떠들어 댔습니다.
어머니 어쩌고 저쩌고~이러쿵 저러쿵...
에이~

당신의 삶을 생각하면
답답하여 소리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맨날 투덜거리는 며느리 잠재우시려 더 많이
손을 움직이시는 어머니.

오늘도 어머니는 아들의 빈 자리를 채우시려는 듯
제가 벌려 놓은 일 들을
쉬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어머님의 슬쩍 흘리신 그 눈물에
마음 한 켠이 짜안합니다.

어머니...

며느리와 아들을 미워하십시요.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깃털처럼
    '07.3.26 10:19 AM

    희망수첩이며..오늘 맘이 많이 어지럽네요..
    저도 예전에 부부쌈이라도 하여 어머님께 털어놓을라치면..그랬어요.
    속으로야 어떠신지 모르지만 제 앞에서는 아들 욕도 하시고(나쁜 놈 하며 베개도 던져주시고 ㅋ)
    저더러 네가 이해하라고 다독여주시고 그러셨죠.
    그때 저는 맘이 좁아서.. 그래도 뒤에서는 아들편이실거야.. 하고 고깝게 받아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 이담에 제 며느리가 그러면 말로라도 제 아들 욕하며 며늘 편을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들어요..

    시어머님은 내편이 아니야.. 이런 생각에서 벗어난 지금은..
    집도 없던 상태에서 외지로 일나가신 아버님 기다리며.. 갓난 제 남편을 등에 없고 오늘은 어디서 하루밤을 지샐까.. 했다시던 그 말씀 떠올리면..
    어머님이 살아오신 인생이 참 가엾고.. 같은 여자로서 참 힘드셨겠구나..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따뜻한 글 .. 감사드려요.. 경빈마마님..

  • 2. 레드문
    '07.3.26 4:03 PM

    그러네요.
    시어머니도 여자네요.

    요즘 한참 아버님 병간호에 지치신 어머니가 생각나네요.
    .......

    전화 한통 드려야겠어요.

  • 3. 싱싱이
    '07.3.26 8:06 PM

    저도 시부모님과 살면서
    어른들 앞에서 참 많이도 남편 흉을 봤답니다
    그러면 언제나 제 편을 들어주시던 아버님 어머님....
    제가 너무 이쁘다며 돌아가실때까지
    내 뒤를 아이처럼 졸졸 따라 다니시던 아버님.....
    그 못다한 효도를 지금 어머님께 하고자 하건만
    마음 먹은데로 되지 않는것 같네요
    어머님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4. 부겐베리아
    '07.3.27 5:30 PM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납니다.
    이야기 나눌 며느리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도 결혼하며 시할머님(아주엄하여 빨래세탁도 어른것부터 하라시고 혈압이 눈으로와 앞을 못보시는), 시외할머님 시어머님, 같히 살다가 시할머님 돌아가시고 탈상하고 살림을 났답니다.
    저의 시어머니께서는 딸이 없고 며느리인 저만 있구요.
    경빈마마님 시어른께 참 잘하시는군요. 칭찬해 드리고 싶습니다.

  • 5. livingpoint1
    '07.3.31 1:21 AM

    젊은시절 며느리 힘들게 하시던 우리 어머니.....다 빠진 머리로 저를 따듯하게 바라보십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7135 처녀치마 (야생화)~~~~~~~~~~~~~~~~~~~~ 1 도도/道導 2007.03.29 1,079 41
7134 봄꽃 소묘... / 안경애 1 하얀 2007.03.29 983 31
7133 그리스 건축,회와 강의 after(1) 3 intotheself 2007.03.29 1,187 38
7132 명랑소녀 박경아양의 받아쓰기 투혼기.. 9 smileivy 2007.03.29 2,237 16
7131 울딸입니다... 4 헬렐레 2007.03.28 1,150 21
7130 왕산표 진달래^_^* 3 안나돌리 2007.03.28 1,090 15
7129 저두.............5살 아들이예요~~ 2 혀니맘 2007.03.28 1,158 9
7128 너무도 따뜻한.... 2 동물원 2007.03.28 1,143 14
7127 뺀순이,뺀돌이 2 이화진 2007.03.28 1,504 67
7126 민들레 냉이 꽃다지 꽃구경하세요. gs sagwa 2007.03.28 1,135 12
7125 단.무.지.와 깡통로봇... 7 망구 2007.03.27 1,597 13
7124 우리집 강아지들이에요.. 12 이화진 2007.03.27 2,203 71
7123 느낌있는 삶으로... / 강애숙 5 하얀 2007.03.27 1,162 20
7122 서울에도 목련이 피기 시작했네요~ 8 안나돌리 2007.03.27 2,072 25
7121 새참 드세요~ 5 싱싱이 2007.03.26 1,540 9
7120 5살 울 아들... 3 부끄부끄 2007.03.26 1,390 20
7119 저 언덕넘어에는... 4 하늘담 2007.03.26 1,245 58
7118 어머님의 눈물 5 경빈마마 2007.03.26 1,929 22
7117 함께 읽고 싶은 이야기 하나 1 intotheself 2007.03.26 1,601 55
7116 봄비 내리던 날의 스케치 3 안나돌리 2007.03.25 1,270 47
7115 디카메모리.. 2 나이스맘 2007.03.25 961 17
7114 집집마다 <군자란> 꽃 피었나요? 7 콩이엄마 2007.03.25 1,507 21
7113 성급한 벚꽃이 만개를 했습니다.~~~~~~~~~~~~ 1 도도/道導 2007.03.25 1,187 26
7112 꽃이름 알려주세요(급) 3 권경희 2007.03.24 1,341 13
7111 무스카리 1 remy 2007.03.24 1,26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