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경주 남산엘 오릅니다.
경주 관광을 여러차례하고 이제야 오릅니다.
남산을 오르지 않고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했던가요..
삼릉입구에서부터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소나무숲을 가로질러난 길을 따라 갑니다.
길옆에는 사과밭이 있어 그 나무 특유의 자태가 이채롭습니다.
영주 부석사를 찾아가는 길에도 휘어졌다고 하기엔 부족하여
찌그러진 사과나무를 본 기억이 함께 오버랩되어 나타났습니다.
솔밭이 너무나도 자유로워보입니다.
초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데도 솔향기가 솔솔풍기며 봄맞이 가는 기분이 아름답습니다^^
삼릉~
거의 찾아주지도 않는 능이 셋...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그리고 54대 경명왕의 능입니다.
한참을 오른 결과 드디어 첫 번째 만나는 불상이 목이 없군요~
그래도 단아한 자태가 남산을 찾은 까메오를 반겨주는듯합니다.
남산은 여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있는데
금오산으로 오르는데도 길이 여러 가닥이라 돌고 돌고 이리저리 두눈을 부릅뜨고
하나라도 놓칠새라 두리번 거리며 오르니 또 다른 석불상이 나타났습니다.
불상의 이름은 모르겠으나 도감에서 많이 본 낯익은 모습입니다^^
큰 바위마다 혹시라도 또 무엇이 있을까 눈길을 주느라 몹시 고단하군요.
중턱쯤 오르니 저 멀리 경주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제일 먼저 알아볼 수 있는 건 군데 군데 엎드려있는 많은 왕릉입니다.
보이시나요?
제법 규모가 큰 불상앞을 지나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니 그 모습이 또한 장관입니다.
서녘해를 받아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능선 위로 올라서서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천년 고도를 지킨 남산을 밟는 기분이란
묘하단 표현 밖에는 없습니다.
이윽고 금오봉에 도달했습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배경이 된 곳이 이 곳인데
까메오는 이제껏 같은 이름을 가진 구미시의 금오산인줄로 잘못 알았습니다.
표지석의 뒷면을 봅시다~
금오산영가를 지어 붙여놓았습니다.
글이 참 좋아서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면서 발길을 돌립니다.
고고령령금오산
천세왕도웅휘포
대인력년부천재
금일수재능수기
금오산의 기운을 받으며...
한참을 그렇게 걷는데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약수골 마애대불~
엄청난 크기의 마애석불이 목은 없어진채로 묵묵히 서있습니다.
이 것 역시 도감에서 많이 보았던 것이어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가사의 주름이 예삿솜씨가 아닙니다.
고딩때 수학시간에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우리나라 석불의 가사 주름은 2차방정식에 대입을 해도 좋겠다던 선생님의 말씀~
대불 곁은 길이 약간 험하여 밧줄을 걸어놓았습니다.
올려다보는 남산은 생각보다는 작아서 약간 실망은 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규모가 작다고 우리의 문화까지 작은 것은 아니니까요.
규모가 크다고 그 문화재의 품격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요^^*
소나무와 대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경주의 남산.
사각거리는 그 대숲의 터널을 지나 하산합니다.
이제는 겨울도 떠날 차비를 갖춘지 오래되었고
봄눈녹아 흐르는 계곡의 물이 깨끗하고 시원합니다~
이윽고 짧은 코스였지만 남산의 북서쪽 한 켠을 돌아보고 경애왕릉으로 왔습니다.
55대 경애왕..
다들 잘 알고계시겠지만, 포석정에서 후백제왕 견훤의 공격을 받아 숨진 비운의 임금이었지요.
남산을 오르던 초입의 삼릉이 건너다보이는 이 곳은
찾는 이가 더욱 적어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능의 규모도 작은 삼릉보다도 더 작으니 경애왕의 다음 왕이 56대 경순왕인 걸로 미루어보면
망해가는 신라에서 비운의 왕을 크게 추모할 겨를도 없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남산을 올려다봅니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럭저럭 세시간을 답사했습니다.
다음 번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남산을 종주답사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군요~
이튿날 동해로 나가면서 감은사지에 들러보았습니다.
수년전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동탑은 수리를 완전히 끝내고 지금은 서탑을 해체 복원중입니다.
신라의 탑중에서 가장 거대해 보이는 감은사의 탑~
왜적을 물리치고 동해의 용이 되어 호국하려는 문무대왕의 아들 신문왕이 세운 절이 바로 감은사입니다.
당시에는 금당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그 물길을 통해 용이 되신 문무왕을 모셔드릴 목적으로
구멍을 내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구멍~
마치 온돌에 구둘을 놓듯 덮개돌을 얹어놓아 바닥을 통하게 만들었습니다^^*
문무대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대왕암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대왕의 시신을 화장하여 저기 저 바위아래 장사지냈다고 하여 수중릉으로 알려졌으나
연전에 KBS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의 결과로는 자연석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마도 화장한 분골이 이 곳에서 뿌려졌다고 보아야할 것입니다~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되풀이하며 몰려오고 밀려나가듯
역사도 한 숨도 쉬지않고 계속 이어갈것입니다.
또 다른 왜적의 침입을 막고 호국의지를 지켜나아가는 한...
감포 대왕암 앞바다에서~
대금연주 - 저 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