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 시월 오일은 아낙의 귀 빠진 날이다.
엄마와 같이 살때는 이 날만되면 아침에 미역국이 오르고 생선 한 토막도 가운데토막이 내 차지였다.
이제는 어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내 생일을 찾는다는게 조금 서먹하기도하다.
우리 식구끼리 외식을 하기도 그렇고 혹여 식구들이 모르고 지나가는데 '내 생일' 하고 기억해 달란말도 하기가 그렇고..
이런저런 이유로 한 두해는 그냥 넘어가 혼자 속도 상한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다보니 엄마의 생일이 달력에 제일 크게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다.
올 해는 달력에 표시가 없기에 며칠 남겨두고 내 손으로 엄마생신 하고 크게 토를 달아놓았다.
아마 남편은 몰랐을것이다.
그날 아침은 공교롭게 이웃에 결혼식이 있는데 부모가 장애가있다보니 이런저런
사소한것까지 남편의 손을 빌린다.
예식장에서 축의금을 남편이 관리하여야한다며 아침도 먹지않고 그냥 나가버린다.
그냥 어제 한 근 사가지고 온 쇠고기로 미역국을 끓여서 그냥저냥 넘어가버렸다.
그날 저녁 밥을 먹고 있으려니 아들녀석이 자꾸만 물어온다.
"엄마! 오늘 저녁에 생신 파티하지 않느냐"면서..
그냥 기분도 그렇고하여서 "엄마 생일이 뭐 대수냐"
하면서 톡 쏘는것처럼 말하였더니..
휑하니 자기 방에 들어가 한참 있다 나오면서 하얀 봉투 하나를 쓰윽 내민다.
그리고는 아빠와 오늘 저녁에 엄마 생신 파티하면 드릴려고하였는데 아빠가 늦어서 안되겠다며 생신 축하드린다면서 내놓은 하얀 봉투 하나..
그냥 또 엄마 생신 축하드린다는 편지 한 장 정도이려니 생각하면서 봉투를 여는 순간..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여야할까?
카드와 예쁜 띠른 두른 포장지에 고이고이 싸여있는 배추닢 세 장...
나는 그냥 말문이 막혔다.
직장 생활하면서 내 손으로 받아 본 월급봉투와 그리고 남편의 월급봉투 이후로 받아보는 하얀봉투 속의 지폐..
그건 분명 우리 아줌마들이 제일 좋아하는 세종대왕 오라버니가 선명하게 새겨진
만원짜리 지폐 석 장...
참고로 울 아들은 초딩 6년이고...우리집에서 제일 부자다.
큰 아이 보경이는 아껴쓴다지만 그래도 돈을 조금 쓰는 편인데 둘째는 얼마나 알뜰한지 용돈이 모인다든지 혹여 상이라도 받아오면 으례히 할머니한테서 받는 천원짜리도 차곡차곡 모아서 제법 많은 돈이 있다고 보는데 지 손에 들어가면 공짜로 주는 법이 없이 우리도 급하면 급전(?)으로 빌려 써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생일 선물이래야 누나와 같이 모아서 책 한 권정도와 편지 한 장정도였는데..
그런 구두쇠가 엄마의 생신 선물이라면서 거금 3만원을 주는게 아닌가..
그것도 시장도 보지말고 엄마 혼자를 위하여 써라는 소스까지 곁들여주면서..
순간 6학년 아들이 아니라 다 큰 아들을 보는것 같기도하였다.
쓸것도 아껴가면서 한 푼 두 푼 모은것을 알기에 그냥 엄마가 받았다고 생각하고 너 도로 가져라고 말하니 또 한 번 엄마를 놀라킨다.
"엄마! 다 이런 때 를 대비하여서 이 아들이 절약하여 돈을 모은다고..."라고 하는데
더 말하여 무에하랴..
"그래 재영아 엄마 이 귀중한 삼만원 진짜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쓰지 않고 엄마만을 위하여 쓸께'"라고 말하면서도 아낙의 머릿속은 '아들 통장이나 하나 만들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