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전화가 왔다.
여동생이었다.
결혼후 한번도 밤에 전화한적이 없었다.
잠결에 받았는데 울고 있었다.
"언니 엄마가 병원에 실려갔는데, 언니한테도 알려줘야 할거 같아서..."
아직 10월이라 새벽녁이라고 해도 어두웠다.
중부고속도를 냅다 밟아서 병원에 도착했다.
뇌출혈이었다.
엄마가 의식은 있는데 눈이 안보인다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의사가 없단다.
월요일 새벽이라 모두들 아직 출근전이었고, 그나마 있는 의사들은 수술을 할수 가 없단다.
그 얘기를 듣기까지 세시간이 걸렸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했다.
새 병원에서 엠블런스가 오구, 다시 검사를 하고, 수술이 결정났다.
벌써 정오였다.
수술실 앞에서 일분이 일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엄마가 수술실에서 나와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깨어있었다.
마취도 안하고 머리에 구멍을 뚫어 수술을 했다.
손가락만 배어도 아픈데 머리에 구멍을 뚫는 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나중에 기억하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벼텼다.
옆자리에 의식도 없이 산송장 같은 사람들이 줄줄이 누워있었다.
경과가 좋아서 일반실에도 내려올수 있었고, 평소에 운동을 계속 해왔던 엄마라서 그런지 마비도 점차 풀려갔다.
엄마는 사지 마비는 없었지만 오른쪽눈의 60% 시신경이 손상 되었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말을 더듬거리고 글자도 숫자도 다 잊어버려서 주소랑 이름적은 종이를 항상 주머니에 넣어 두었었다.
.
.
.
.
.
.
그러던 엄마가 이제는 이름도 쓸줄알게되고 혼자서 슈퍼에도 다니고, 가까운데는 혼자서 외출도 하신다.
물론 예전의 엄마는 아니다.
이 사진은 퇴원후 일년쯤 지났을때 엄마랑 빵집에 가던길에 핸드폰으로 찍은 거다.
여전히 얼굴을 푸석푸석 부어있고, 침도마르고 눈물도 말라서 입술이 터졌지만, 딸이랑 손잡고 다니실만 하고,
예전에 빠릿빠릿한 모습도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서 밥도 먹기 싫지만 딸이 나가자고 하니깐 즐겁게 손잡고 나오신거다.
살아계신것 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행복인 엄마.....
엄마는 56살 너무 젊은 나이에 환자가 되었지만 내가 56살이 되어도 이대로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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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생명수
'07.2.13 10:32 AM눈물이 나네요. 친정엄마가 너무나도 그리워집니다. 사진속에서 님처럼 엄마랑 다정하게 같이 찍을 수 있다는 것 조차가 부럽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정말 아주 특별한 것 같아요. 아주 소중한 인연...2. 그린
'07.2.13 3:39 PM아~ 정말 다행입니다....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
님의 바램처럼 늘 어머님과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3. 배쏠리니
'07.2.13 6:24 PM우리 식구는 모두 엄마편입니다 ^^
엄마가 하자는건 모두다 해주고요. 식사 메뉴도 엄마가 먹자는 걸루 먹구요.
청소도 아빠가 하시구요. ^^
울 여동생 엄마 때문에 2년이나 결혼을 늦추었다가 작년에서야 결혼을 했지요
엄마가 그러십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셋말구 넷 낳을껄 잘못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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