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건축가 정기용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중
롯데 시네마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건축학 개론의 팜플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영화인가?
그런데 아무리 줄거리를 읽어도 아니 이건 아닌데 도대체 무슨 영화일까 의문을 품고 왔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목이
건축학 개론이 아니라 말하는 건축가였답니다.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해도 바로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어서 계속 못 보고 있다가 오늘 음악회 약속이 없는 금요일이라서
서울 나들이에 나섰지요.
건축에 관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건축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었습니다. 그들이 공간을 어떻게 구상하는가
건축주의 주문에 대해서 그들은 어디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공공성을 드러내는 건축에서는
무엇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그들이 역사성을 지닌 현장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경우로 기준은 무엇으로 삼는 것일까
이런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소개받거나 스스로 건축에 관한 책 코너에 찾아가서 뒤적이기도 하다보니 이제 제법 건축가의 이름
시대마다 다른 건축의 양식,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상도 생겨나고 있네요.
2011년 마침 G20 행사가 시작되던 그 시기에 일민 미술관에서 감응이란 제목으로 정기용 선생의 전시회가 열렸더군요.
그것을 중심 테마로 해서 이미 상해서 마음 아픈 목소리로 그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그 공간에서 책을 보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만난 공간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다양하게 꾸민 마음이 전해오더군요. 공간의 마지막 목적은 역시 사람들이 그 곳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
그런 목적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다큐멘터리안에서 여러 명의 건축가가 등장하여 정기용의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건축비평가도 한 명
등장하더군요. 한국에 미술평론가가 있듯이 건축비평가도 있구나 하고 처음 알았는데요 우리가 미술관에 그림을 보러 가듯이 건축물이
세워지기 이전에 우선 건축가의 머리에서 생겨나기 시작하는 공간의 탄생에 대해서 볼 수 있는 전시회도 자주 선을 보이면 좋겠더라고요.
미술관의 전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미술관에서 파견온 큐레이터 측과 기용건축에서 일하는 사람들사이의 의견 충돌과 조정과정을 보면서
전시회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물밑 작업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전시회 오프닝날 건축가가 강연을 하면서 한 말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문제도 이 땅에 해답도 이 땅에 있다는
물론 건축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건축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이 다큐멘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상영이 연장되어서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잊지 못 할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늦은 밤, 사진 자료를 뒤적이면서 찾다보니 인터넷 상에서도
무료로 다운 받아서 볼 수 있는 곳도 있더라고요. 멀리 영화관까지 갈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고요. 이런 자발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킨 그 시간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