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 수업 대신에 오늘 집에 모여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사유, 그 중에서 수메르 도시국가에 관한 글을 읽고 그 다음 이집트 차례인데
고대 문명편에 관한 동영상을 모여서 함께 보면 어떤가, 혼자서 보기는 아무래도 지루하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오늘 아침으로 날을 잡은 것인데요 그렇게 모여서 보다 보니까 각자가 아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함께 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장소만 제공하고 참가자들이 각자 먹을 것 마실 것을 들고 와서 따로 점심을 차릴 필요도 없이 거의 3시간에 걸쳐서
수메르, 그리고 이집트 이렇게 3편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고대사는 유물이나 유적이 발굴됨에 따라 변하는 것이 많아서 오래 전 읽는 것만으로는 이미 달라진 사실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지리가 갖는 중요성,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살던 사람들이 야생 밀을 먹다가 들에 버리고 나면 그 다음 해에 그 곳에서 다시 밀이 자라는 것을 보던 중
농사짓는 방식에 눈을 뜨게 된 것이 약 9000년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인구가 많아지고 기후가 변하자
자신들이 아는 지식과 더불어 밀을 갖고 아래로 내려온 곳이 바로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강 주변이라고요.
거기서 강 주변에 모여서 농사를 짓고 살려면 물을 대는 관개가 중요해지고 이 작업을 혼자서는 하기 어려워서 이 작업을 지휘할
세력이 필요하게 되고 그들이 결국에는 도시국가의 행정을 맡게 되면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되었겠지요?
처음에는 지도자에 불과하던 사람들이 지도력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독점하는 과정에서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한 번 발생한
권력은 처음과는 달리 그 자체가 커다란 힘을 행사하는 특권이 되어버리고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하늘 혹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집단이라는 최면이 필요하게 되었겠지요?
수메르와 이집트를 보면서 제가 더 끌리는 곳은 역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이었습니다 .현세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궁리했던 사람들이 표현한 예술에도 그리고 그들의 속담에서 풍기는 사람은 역시 그다지 변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구절들을 들으면서 그렇다면 한 번 뿐인 삶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고 공동체에도 보탬이 되는 인생을
마지막까지 살 수 있을까 궁리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살림하는 주부들이 모여서 그런지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사람들이 돌아간 다음 오랫만에 소파에 누워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눈으로 보기도 하고 귀로 듣기도 하면서 쉬고 나니까 메트로폴리탄에서 본 유물들이 생각나서 사진을 찾아보게 되네요.
그림보는 일에 치중하느라, 그리고 이미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에서 본 것들이 있으니까 하고 그냥 지나친 관들이 아쉽다는 느낌이
비로서 들기 시작합니다.
가을에 일본 박물관에 가면 다른 나라 유물들도 만나게 되겠지요? 사진 찍기가 허용이 되는지 궁금하군요. 찍어 놓고 나서
나중에 다시 보면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거든요.
역사를 안다고 해도 사실은 당시 일상을 살아간 필부들의 삶을 알기에는 참 어려운 점이 많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것은 과연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에 사로잡힐 때도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현대가 일반인들의 삶의 기록이 더
풍부한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록을 읽거나 그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ㅎ는 시간들은 역시 인간의 유한성속에서 삶을 꾸려간다는 일의 엄숙함에 대해서 대면하는 귀한 시간이
된다는 것, 그것을 여럿이서 함께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것의 매력을 느낀 날이기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