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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와의 묘한 만남

| 조회수 : 573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4-16 01:06:39

 

 

무슨 사연이었던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요, 언젠가 마리포사님이 방법서설을 여러 권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도 한 권 받았는데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보다는 상당히 얇은 책이더군요. 선물로 받고 나서 의무감에서

 

읽다가 이상하게 몰입하지 못하고 그만 책장을 덮었지요. 언젠가 읽고 싶은 기회가 오거나 마음이 동하면 읽어야지 하고

 

그 뒤로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어제 밤 쫑마마랑 독일어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기 전에 세 번째 월요일마다 읽기로 한  철학 citation (프랑스 바깔로레아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해서 철학자들의 저서에서 인용문을 뽑고 저자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된 책인데요, 처음에

 

그 책을 길담서원에서 공부하자는 이야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산 책입니다. 당시 제 불어실력은 실력을 운운할 수준이 도저히 아니었기에)

 

오랫만에 책을 들추다보니 가장 먼저 파스칼의 글에서 인용구가 그리고 데카르트의 말이 인용되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월요일 수업 준비하면서 mp3 파일안의 데카르트 방법서설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먼지 쌓인 방법서설을 들고 집에 가서

 

함께 읽어보자는 생각에 집으로 책을 들고 왔지요.

 

들어오는 길에 강의를 듣기 시작해서 집앞의 공원을 여러 차례 돌면서 더 듣고, 집에 들어와서도 듣게 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지요. 그리곤 밤시간에 방법서설을 들추어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사전 지식이 생기자 마음에 확 불이 붙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아하, 소리가 절로 나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러자 쫑마마가 독일어 시간에 선생님 영어 읽다가 질문이 있으니 그것 먼저 해결하고 싶어요 하고 내민 책을 함께 읽던

 

시간이 생각나더군요. 인턴 하는 동안 들고 다니면서 읽어보라고 제가 빌려준 책인데요 일년에 한 권 하루에 한 바닥씩 읽게 되어 있는

 

피터 드러커의 글에서 뽑은 구절들을 모은 책이었는데 리더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저자가 윈스턴 처칠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뮨헨 협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 글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더군요. 마침 모던 타임스에서 읽었던 내용이라 배경 설명을 하고 나니 쫑마마가 이런 설명을

 

듣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된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마찬가지로 방법서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카르트가 살았던 시대, 즉 30년 전쟁이 발발하던 시기, 앙리 4세가 암살당하고

 

프랑스에서의 낭트 칙령이 무효가 되어 신구교도의 알력이 표면화되던 시기, 갈릴레이가 등장하던 시기, 윌리엄 하비의 피에 관한

 

연구가 발표되던 시기라는 것을 머리에 새겨 넣지 않으면 방법서설에서 데카르트가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늦은 밤까지 데카르트를 읽는 이변이 일어난 밤이었지요.

 

오늘은 아침 운동을 가야지 하고 나선 길, 역시 강의를 듣느라 여러 차례 공원길을 돌다보니 이 정도면 하루 운동량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싶어서 운동 대신 대화도서관에 갔지요. 아이들과 읽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조금 더 보충이 될 만한 글이 있을까 싶어서

 

두 권의 참고 도서를 고른 다음 방법서설에 대해서 청소년들에게 소개할 만한 글 한 권, 20세기 세계사에 대한 글 한 권

 

마지막으로 지금 듣고 있는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 강유원 선생의 몸으로 하는 공부라는 본인이 잡문집이라 부른 책을 빌렸습니다.

 

몸으로 하는 공부 이 책의 표지가 로스코의 그림이네요.

 

데카르트와의 만남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수업시간보다 한 시간 미리 도착한 녀석이 전화를 했네요.

 

우선 서둘러 나가야 해서 여기까지 쓰고 밤에 와서 다시 연결해서 써야 할 모양입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이 되는 한에서 짬을 내어 몸으로 하는 공부를 다 읽게 되었지요. 강의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이야기, 말과 글의

 

묘한 공명을 느끼면서 읽는 글, 잘 모르는 상태로 읽었다면 조금 거칠다고 느꼈을지도 모를 글이었는데 지금까지의 나는 어떤 공부를

 

해오고 있었나,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압박감을 주는 시간이었네요.

 

 

함께 보고 있는 사진은 보람이의 눈으로 본 모마입니다. 같은 공간에 함께 갔다고 해도 무엇을 사진기에 담고 싶은가는

 

다른 법이니까요. 이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다른 사람들은 모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찍어 왔을꼬,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드네요.

 

여러 사람이 본 큰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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