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곰브리치 미술사를 읽는
everymonth의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혜화동이 아니라
올림픽 공원근처에서 만나기로 해서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수업끝나고 올림픽 공원안에서 열리는 페이퍼 테이너 뮤지움
전시를 보기로 했거든요.
어제 밤 늦게 자서 몸이 개운하지 않은 상태라
가방에 넣고 간 책은 거들떠 볼 여유도 없이 지하철에서 자다가 깨다가 신경써서 갈아타는 역을 두 번이나 거치고
찾아간 곳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전주에 살았던 다바르님이 경기도로 이사오시고
처음 모임에 나온 날
그리고 월요 모임의 성서에 관한 설명으로 여러 사람들을
감동케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hae님이 새로 나왔고
오늘 바쁜 일과로 참석이 불투병하던 자전거님의 등장으로
서로 인사하느라 바빴습니다.
제비꽃님과 멀리 대전에서 오기로 한 클레어님이 불참한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래도 열강으로 우리를 감동시킨 머라여님의 인상주의
미술에 관한 설명으로 다들 갑자기 머리속에 불이 켜진 느낌이
드는 수업이었습니다.
물론 수업도 좋았지만 (수업의 복습이 한 달은 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 cutepond님의 추천으로 간 점심 식사
감자탕의 담백한 맛에 반식 다이어트로 제끼고
참 맛있는 점심에 더 맛있는 대화로 몸과 마음이 다
살찌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어렵겠다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간
올림픽 공원

오랫만에 카메라를 꺼내들고 여기저기 찍어보았습니다.

전시회 보고 나서 조각도 둘러보아야지 마음을 먹었지요.
그래도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작품에 눈길을 주었지요.
아,이 조각 일전에 왔을 때도 보았던 작품이라
반가운 마음에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소마 미술관에서 하는 이 전시도 눈길을 끄네요.
무슨 전시일까 나오다 둘러보아야지 ..
이번 전시는 디자인 하우스가 마련한 전시인데요
전시회 이름이 말하듯이 종이와 컨테이너로
만든 전시장에서 브렌드와 여자를 밝히다 두 주제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문제는 전시관의 전기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전시의
반밖에 볼 수가 없다고 하네요.덕분에 반값이 할인된 금액으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붕이 높은 공간을 좋아하는 제겐 안성맞춤인 높은 천장의
전시공간이 널찍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브렌드 공간의 한 면이 다 조명이 꺼진 상태라
어라,이게 뭔가 싶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볼 만한 것이
많고 사진을 찍는 일이 허용이 되더군요.



전시회를 자주 가는 이유중의 하나는
새롭게 사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굳어있던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순간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오래 가지 않는다 해도
순간적인 경험으로 인해 그 다음의 일상이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오늘도 역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 부쓰는 느낌이 훨씬 좋았지만 사진으로는
이렇게밖에 표현이 되지 않아서 안타깝네요.


이 관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 컷 두 컷 계속 찍어보게 되더군요.

디자인 하우스에서 발간된 책들을 모아놓은 부쓰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할인된 금액으로 파는 책이 진열되어 있네요.
그냥 지날 수 없어서 살펴보니 역시나 구하고 싶었던 책들이
여러 권 있네요.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세 권을 샀지요.

책을 사다보니 일행이 벌써 다른 관으로 들어갔네요.

여자를 밝히다란 이름으로 한국사에 등장한 여성인물들을
새롭게 조망하는 이 전시는 참 기발하구나 놀랍구나
연신 감탄하면서 본 오늘 전시의 하일라이트였는데요
웅녀에서 시작하여 이화여전의 첫 입학생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될 만한 여성들을 현재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조망한 눈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전시였습니다.
그 중에서 소현세자비를 다룬 그림이
제 눈길을 강하게 끌었는데요
그녀만이 조선시대의 궁중인물중에서 밖에서 세월을 보낸
인물이었지요.
물론 한국사의 부끄러운 시대,인조반정이후
병자호란의 패배로 인해서 일종의 인질로 간 청나라에서
일종의 무역업으로 그 곳의 경제를 꾸려갔던 당찬 여인을
이미지로 만든 작가의 관점을 만났습니다.
한참을 돌면서 두 번 전시를 제대로 본 다음
다시 밖으로 나오니 전기 문제가 많은 관에서 해결된 덕분에
조금 더 볼 수 있었지요.





사진을 다 찍고 일행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따뜻한 불옆에서 이야기꽃이 피었네요.
이야기속에서 작은 길들이 보입니다.
아직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각자 마음속에 담고 있는 씨앗들이
조금씩 뿌려져서 비록 다 열매를 맺지 못할 지라도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씨앗들을 바라보는 것이
참 즐거운 날이었지요.
서로 산 책들 이야기도 하고 다음 모임에서 나누어보자는 이야기도 하고
늦은 시간 미술관을 나와서 가야할 사람들은 집으로
다음 약속장소로 떠나고 cutepond님과 둘이서
소마미술관의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이 곳에서 예상치 못한 드로잉과 설치작업
그리고 새로운 시도들을 만났습니다.
정말 꽉 찬 하루였구나 넘치는 즐거움을 나누고
버스정류장에 서니 벌써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