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날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3월쯤인가 어느 날 갑자기 티브이 파워가 나갔습니다.
눌러도 켜지지 않는 티브이가 야속했던지
승태가 노래를 부릅니다.엄마 언제 고칠거야?
그런데 문득 그냥 한 해동안만 티브이 없이 살 수 없을까
그러면 습관적으로 켜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그게 좋겠다 싶어서
알았다고 말은 하고선 수리하는 곳에 전화를 걸지 않고
일주일 정도 그냥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언제 고칠 것인가 자꾸 물어보던 아이들이
별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일주일 후에 선언을 했습니다.
올해는 누나도 동생도 시험이 있는 중요한 해이니
입시가 끝날 때까지만 그냥 살도록 하고
나중에 이사가면 조금 더 큰 화면으로 사는 것으로 하자고요
저는 난리가 날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그리곤 정말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보다가
그것도 시들해지고
가끔 일요일 밤에 이모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선
돌아오지 않아서 연락해보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느라
오지 않는다고요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드디어 승태가 시험보기 이틀전부터
노래를 부릅니다.시험 당일날 고쳐달라고요
정말 그 다음날 수리하러 기사분이 왔는데
한참 뜯어보다가 부라운관이 나가서 고치자면
최소한 50만원은 들고 그 이상도 들 수 있어서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니,이게 웬 날벼락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화면이 큰 티브이와 (50퍼센트 할인해준다는 홈씨어터에도
발동이 걸려서) 홈씨어터를 구입했는데
소리가 전 것보다 많이 좋아져서 오늘 새벽에도
잠을 깨느라 소파에 누워서 씨디 한 장을 다 들으면서
행복해했습니다.와,마치 연주회장에 들어와 있는 기분인데
하면서요.
지난 토요일부터 원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중인데
디브이로 본 것으로는 화이트 카운티스
(1936년,37년이 시대배경인 상하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입니다.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상하이로 망명온 백작부인과 미국 외교관 출신의 화재로
실명한 남자 사이의 삶을 다룬 영화인데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주연 배우 랄프 파인즈가 주연입니다.
그리고 친밀한 타인들이란 제목의 프랑스 영화
오래 된 흑백영화 카네기 홀
(이 영화는 세 장에 만원하는 디브이디로 구한 것인데
주인공들이 따로 있지만 카네기 홀 자체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이고 그 안에서 연주되는 하이페츠와
루빈슈타인의 연주를 듣는 것만로도 기대이상인
영화,다시 보고 싶다기 보다 다시 듣고 싶은 영화이지요)
그 다음에 영화관에서 볼려다가 놓친 매치포인트
영화의 배경이 런던이라서 오랫만에 다시 보는 배경도
보기 좋았고요
음악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이미 보신 분이 많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1900년대의 미국이 배경인 영화입니다.
살고 있는 동네가 골프장으로 개발되면서 캐디로 일했던
소년이 나중에 us 오픈대회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그린
실화인데요
당대의 풍속도를 볼 수 있기도 하고
인간의 성장과 결속,진한 우정에 대한 것을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그 와중에 영화관에서 가을로를 보았습니다.
영화속의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가을로에서 주인공을 따라 간 여행코스가 환상적이어서
대리만족으로도 충분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소세원이 지금도 마음에 어른거리네요.
어제는 proof를 보았는데요
이영화도 역시 뷰티플 마인드처럼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노벨상을 탄 수학자와 그의 딸이 주인공인 영화인데요
기네스 펠트로우가 주인공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서
연기가 무르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proof와 더불어 카포티도 빌려놓은 상태인데
조금 숨을 고르고 싶어서
일단 멈추었습니다.
봇물이 터진 이 느낌이 지금은 좋지만 수위를 넘어버리면
곤란하지 싶어서요.


영화 proof의 장면들입니다.
요즘 심리학책을 보고 있어서 그럴까요?
영화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영화로도 보지만
일종의 심리학 교과서처럼 바라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내가 먹는 것,내가 읽는 것,내가 듣고 보는 것이
결국 나를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인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들이기도 한 셈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 영화 저 영화
''
추천하면서 감상을 나누고 모르고 있던 것들을 소개도 하는
그래서 이 겨울이 따뜻한 그런 시간을 공상하는 아침
오랫만에 틀어놓은 dead man walking의 ost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듣고 있는 중이기도 한데요
처음엔 소파에 누워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채
듣고 있으니 이게 평소에 틀어놓던 그 음반인가 싶게
노래가 몸속으로 마구 파고 들어오는 기분이어서 놀랐지요.
아하,역시 음악은 음악만 오롯이 들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는데
다시 한 번 고개를 주억거리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