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한 염초릿지의 피로가 쌓인 그대로 장인어른의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길을 떠났습니다~
일년에 기껏 한두 번에 불과한 시골 농촌의 처가 방문..
팔순이 넘으신 두 분만이 우두커니 계시는 그 곳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고 대강은 끝냈을 추수의 막바지 일손을 필요로 하십니다.
대전 통영간 고속국도가 뚫려 한 시간 이상 거리가 단축되어
점심은 늘상 김밥으로 갖고 가선 덕유산휴게소 옆에 자리를 폅니다.
오늘은 구수한 시래기국까지 첨가되어 따뜻하게 먹었습죠^^
앉은 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산촌은 어디쯤일까.....
인근에 금산이 위치하니 인삼밭도 눈에 띄는데 인적이 끊겼는지 고요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약 두 시간여만 더 가면 우리의 목적지~
이 곳에서부터 운전대를 제 갈빗대에게 맡기고 저는 카메라 셧터를 눌러댑니다.
뭉게구름이 흐르는 저 높은 산은 어디인고?
억새도 부는 바람에 고갯짓을 하며 반겨주는듯.
갈 때는 소풍가는 어린 아이 마냥 언제나 흥분이 됩니다.
고속국도에선 처음으로 운전을 맡겼으니 우리의 까메오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맘대로 두리번 거릴 수도 있고,
카메라를 맘놓고 주물러대는 재미에 푸욱~빠졌습니다.
아니~ 왜 이래???
여기가 어디야?????
허걱^(*(_*!~$*
서진주를 지났네요..
왕복 40킬로미터를 자유 여행했습니다.
이런........
진주 톨게이트에서 유턴~
내려!
으유~~짜증이 나네%^&(*()_})|+_)(!~!@~
기름값이 얼마고 통행료는 또 얼만데..라는 말은 안했지만
여자들은 왜 이리 길치가 많은 건지???
새벽같이 일어났더니 벌써 두 분은 일나가시고
잠을 곤히 자는 갈빗대만 남겨두고 저수지를 향했습니다.
자욱한 안개로 숨이 막힐 지경이니 이런 날엔 사진 촬영도 쉽지 않을 겁니다.
뚝위엔 밤새 여기서 잤는지 염소 몇 마리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는 쫓아오면서 맴맴거리네요~
"뭘 보슈? 사진 찍는 거 첨보슈?"
조심 조심 저수지 뚝길을 지나 촬영하기 좋은 길목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이슬에 바짓가랑이는 흠뻑 젖어들고
싸늘한 한기를 가슴 깊숙히 들이마시면서 자리를 잡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두 노인네는 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데 이 젊은 것은 시방 뭐하는 겁니까?
우와~~~
안개속에 비친 물빛이 차갑고 어디가 위인지 아랜지 분간이 안 갈 지경^^
앞에서 옆으로 뒤로 돌려~
마구 눌러대기 시작합니다.
멀리 떠나가는 사랑하는 이를 뒤쫓기라도 하는 듯
지금 놓치면 영원히 못 만날 것 같은 초조함으로 누릅니다..
그러나 이젠 맘 편하게 천천히 감상해 봅시다~
감~
이 녀석들을 따러 여기까지 왔지만 예년에 비해 십분의 일도 맺질 못했답니다.
지난 번에 지리산 자락에서 이미 예견은 했지만 올핸 흉작이라 아쉽군요..
이슬 머금은 패랭이와 산국의 빛깔은 점점 더 새로워져가고..
지난 번 산행에서 얻은 유홍초 씨앗을 화초밭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저 들에 저 들국 다 져불것소
김용택
날이면 날마다
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가
서 있었습니다
이 꽃이 피면 오실랑가
저 꽃이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저 들길에 해가 뜨고
저 들길에서 해가 졌지요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같이 서 있는지
내 몸에 산그늘 내리면
당신이 더 그리운 줄을
당신은 아실랑가요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져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 소리 시려오면
내 맘 어디 가 서 있으라고
이리 어둡도록 안 온다요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져불것소
감따러 가는 길엔 대숲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욱 돋우워줍니다.
까치밥을 남길 것도 없이 몽땅 따내리고 상자에 담아 짊어지고 내려오는길엔
까치들이 까악~거리면서 뒤따라옵니다.
여기 저기 널려진 감상자를 점검하다보니
그 잠깐 사이에 까치가 와서 따놓은 감을 쪼아놨네요^^
지독한 녀석들..
무거운 상자를 짊어지고 내려오는 길섶에 깔려있는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이끼밭~
짊어진 채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찍새에게
곁에서 왈 "여유 만만하네~"
이튿날 아침!
또 다시 찾은 저수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양을 잡아보려고 왔지만
별로 신통한 재미는 못 봤습니다만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또 다시 찰칵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사진은 물속에 비친 모습을 180도 거꾸로 뒤집어 세웠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 날씨답게 오리들이 碧空을 날아갑니다.
다가올 겨울을 이 곳에서 지낼 저 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의 안식을...
이미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엔 벼 포기에서 새로운 싹이 파릇히 돋아나오고
마늘 농사 준비를 마친 밭에는 어느 새 비닐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내년 봄 더 많은 수확을 꿈꾸면서~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시각.
돌담집 굴뚝에선 아침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그 냄새가 바로 갓 볶아낸 코오피 냄샙니다^^*
아직도 따지 못한 감은 주인의 손을 기다리는데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니 농부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지기만 합니다.
찬 기운을 덥혀줄 아궁이에선 탁탁 콩깍지 타는 소리가 들리고
불 앞으로 몸을 더욱 가까이 다가앉게 만드는 계절~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갑니다.
오늘이 보름^^*
추석 후 첫번째 보름달이니까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다시 발길은 서울로 향하는데
바깥 공기는 차갑다 못해 추워져서 자동차의 히터도 넣어봅니다.
저 멀리 덕유산엔 하얀 눈을 덮어쓰고 겨울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있습니다.
어떤 용감한(?) 이가 고속국도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촬영을 하길래
이 까메오도 그 앞쪽으로 더 나아가 세우고 덩달아 불법인줄 알고도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 따라하지 맙시다!"
에고 무서워라@.@~
간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서울과 경기 북부지방엔 첫 눈이 내렸다는데
이 까메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팔 다리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게시리 힘은 들었어도,
'農者는 天下之大本'이라 내년이고 후년이고 끊임없이 찾아가고픈 심정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김인배 연주 'M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