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을 읽다가
칠십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그 곳 화단에서 인정을 받은 화가 이한우화백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날은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냥 기사만 읽고 말았는데
오늘 집에 들어와서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마침 박은옥,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고 있는 중이라 매치가 잘 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처음 그림을 보았을때 강렬한 느낌의 향토색의 그림이
뭔가 이질적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서양화란 선입견이 있어서였겠지요?
그런데 이런 저런 그림을 보다가 어느 순간
그림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드네요.
프린트가 아니라 실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림 앞에서 멈추어서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란 같은 제목하에 얼마나
많은 작품이 있는지 몰라요.
하나씩 다 자세히 보려면 오늘 밤
다른 일은 하나도 못 할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입니다.
한 번 길을 알았으니 천천히 익혀가도록 해야겠지요?

올해 처음으로 금요일 하루를 온전히 쉬면서
멀리는 아니라해도 하루안에 갈 수 있는 곳
혹은 그림을 보고 나서 서울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에
일부러 찾아가곤 합니다.
그러면서 누가 서울을 삭막한 도시라고 하나
이렇게 갈 곳도 많고
다양한 기회가 있는 곳인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오늘까지 다 읽은 책중에 인생 수업이란 제목의 책이 있어요,
그 책의 저자들이 하는 말중에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왜 미루는가 하는 구절이 있더군요.
암환자들의 호스피스 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의사와 그녀의 제자가 암환자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아쉬워 하는 것
혹은 깨달은 것에 대해서 구술한 것을
10개의 장으로 편집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정리한 것인데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 또 읽게 되는 책이기도 했고요
한 번에 다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시기마다 다시 돌아가서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에 넣고
싶은 책이기도 했지요.

공저자중의 한 명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쓴 글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그가 이집트의 신전앞에서 기다리는 줄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무료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몸을 비틀면서 밖에 써놓은 글귀를 읽다가
이왕이면 신전안에 무엇인가 갈구하는 마음을 갖고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함께 간 친구가 자기를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을때
행복한 느낌에 사로잡혔다고요.
기다리는 시간은 똑같지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그런 일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그 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태도가 응집되어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하 하는 소리가 절로 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요즘은 읽고 있는 분야의 책이 다양하지만
언젠가 한 곳에서 만나는 희안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그런 우연성과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오늘도 경험했지요.
그런 경험이 오전수업의 재미를 배가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인지
순간 순간 판단하고
그동안 끙끙대고 짊어지고 오던 것도 이것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빠르게 내려놓고 가볍게 갈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되길 기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