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곳 앞에서 한참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미술도구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내일 드디어 화실에 처음 등록하러 가는 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다른 때같으면 그냥 한 번 쳐다보고 갈 공간이
무슨 자석처럼 저를 끌어당겨
사진도 한 장 찍게 만드네요.

식물도감이 뭐지? 레스토랑 이름이 이상하네
그렇게 굳게 믿고 읽었던 글씨입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제야 식물도감이 아니라 식물감각이구나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읽었을까 웃기도 한 공간이네요.
일층은 갤러리이고 이층은 레스토랑인데
마침 세계 판화전을 열고 있다고 하길래
들어가면서 찍어보았습니다.



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감탄
와 멋있다,꽃이 물에 떠있네
그 소리에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막 웃었습니다.
그렇지,참 예쁘지?



벽에 걸린 작품들이 더 많았지만
나머지는 마음먹은대로 나오지 않았네요.
이 두 점이 특히 눈길을 끌어서 다시 보고 싶어서
올려 놓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표 장소인 카메라타를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시간이 다섯시인데
일곱시에 클라리넷 연주회가 있어서 여섯시 사십오분에
퇴장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어짜피 아이들이 그 시간이면 집에 올 시간이라
그러마고 하고 들어갔습니다.
울려퍼지고 있는 소리가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들고 간 줄리아 카메론의 floor sample을 읽으면서
귀로 듣는 소리,소리,소리들
녹차를 마시면 커피도 리필이 된다고 해서
녹차 한 잔,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는 책,거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는 중인데
저자가 artist's way를 쓰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책의 성공이후에도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에
대해 정말 진솔하게 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어떤 경우에는 놀라기도 하면서
감정이입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문제는 제 앞자리에 황인용씨를 찾아온 일행들이 와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자
글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냥 나오긴 아깝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차선으로 영어를 조그맣게 소리내어서 읽었는데
그것이 참 색다른 맛을 주더군요.
눈이 아파서 책을 읽기 어려운 시점이 오면
오디오 북을 사서 들으면서 생각을 해도 좋겠구나
오늘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기도 했습니다.
건축가 김진애의 글을 읽다보니
그녀도 나중에 책을 읽기 어려우면
남자,그것도 젊은 남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여
책을 읽어주게 하겠다고 쓴 글을 읽으면서
역시 김진애다운 발상이로군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런 문화가 생기긴 하는 것일까
공연히 공상을 하게 되기도 했지요.
시간을 거의 꽉 채우고 나온 길
차를 타러 가려고 하는데 길을 잃어서
3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이런 낭패로군 하면서 돌아다니는 중에
아름다운 공간을 많이 만났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잃어버린 길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물어물어 헤이리 1번 게이트에 나가니
마침 버스가 정류장에 막 도착하네요.